자료=애플 코리아
자료=애플 코리아

[내외경제TV] 정동진 기자=애플과 구글 등 플랫폼 사업자를 중심으로 암호화폐와 관련된 조항을 가이드라인에 명시, 이전과 달라진 분위기로 규제의 장벽을 서서히 세우고 있다.

지난 25일 애플은 앱스토어 심사 지침에 NFT 거래를 허용하는 대신 수수료 30%를 책정한 조항(3.1.1 In-App Purchase)을 추가했다. 이를 두고 플랫폼 사업자의 수수료로 NFT 시장을 위축시킨다는 비난이 일고 있지만, 실체는 국내외 암호화폐 거래소 업계에 적용될 암호화폐 조항(3.1.5 Cryptocurrencies)이다.

26일 애플, 애플 코리아 등에 따르면 애플 앱스토어 리뷰 가이드라인은 영문 버전(App Store Review Guidelines)만 공표된 상황이며, 국내는 변경 전 가이드라인이 유효하다. 하지만 애플이 175개 국가를 대상으로 가이드라인을 적용한다면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계도 영향권에 들어온다.

현재 변경 전 가이드라인은 NFT 조항이 없고, 기존 암호화폐 조항에서 거래소에 해당하는 항목 '거래소에서 앱을 제공하는 경우라면, 앱은 승인된 거래소에서 암호 화폐의 거래 혹은 전송을 용이하게 할 수 있습니다'라는 문장만 보일 뿐이다.

25일 개정된 애플의 앱스토어 가이드라인에 '암호화폐' 항목 / 자료=애플
25일 개정된 애플의 앱스토어 가이드라인에 '암호화폐' 항목 / 자료=애플

하지만 영문 버전이 적용된다면 개정된 항목에 'licensing and permissions'라는 문구는 가상자산사업자(VASP) 중에서 거래소에 해당하는 항목으로 국가마다 시행 중인 암호화폐 관련 규제에 따라 허가받은 사업자만 승인, 게시, 업데이트 등을 허용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즉 국내에서 시행된 특금법에 따라 신고 수리가 완료된 사업자의 iOS 빌드는 국내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서비스해도 문제가 없지만, 이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자나 불법으로 규정된 사업자는 최하 앱 삭제 혹은 최대 개발자 계정 폭파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일례로, 금융위의 허가를 받은 국내 바스프 36곳은 영향이 없지만, 금융정보분석원과 금융감독원이 불법으로 규정한 16개 해외 거래소의 앱은 국내 앱스토어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애플과 애플 코리아가 선제적으로 처리하지 않는다면 게임위가 구글에 공문을 보내 불법 모바일 게임의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것처럼 방송통신위원회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의 규제 기관이 요청한다면 플랫폼 사업자는 협조하는 식이다.

기존 가이드라인에 거래소의 라이센스는 언급되지 않았다. / 자료=애플 코리아
기존 가이드라인에 거래소의 라이센스는 언급되지 않았다. / 자료=애플 코리아

이러한 면책조항은 국내 IT 업계도 네이버와 카카오가 적용해 시행 중이다. 포털이 중개자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암호화폐에 관련된 자금세탁방지(AML) 책무의 대상에서 빠져 자연스럽게 특금법의 규제 범위에서 벗어난 것이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암호화폐 면책 조항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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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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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과 구글 등의 플랫폼 사업자의 방침에 따라 국내 암호화폐 업계가 요동친 적이 있었다. 4년 전 업비트는 애플에서 허용하는 15개 암호화폐 외에는 시세를 노출할 수 없었고, 올해 4월 위메이드는 미르4 글로벌 버전의 iOS 빌드에서 엑스드레이코(XDRACO)와 NFT 기능을 삭제한 바 있다.

이번에 바뀐 조항은 국제자금세탁방지구(FATF) 회원국 38개 국가에 적용된다면 현재 애플이 서비스 중인 앱스토어 175개 국가에서 순차적으로 앱 청소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이다.

예를 들면, ▲특금법(대한민국) ▲자금결제법(일본) ▲지불서비스법(싱가포르) ▲MiCA(유럽) 등에서 암호화폐 규제와 관계기관이 존재, 적어도 라이센스가 없는 거래소는 해당 국가의 애플 앱스토어에서 사라지는 게 자연스러워진다.

업계 일각에서 제기되는 정책 변화는 덱스(DEX)다. 덱스를 PC 버전만 서비스 중이라면 문제가 없지만, iOS와 안드로이드 버전을 서비스하는 업체라면 iOS를 포기하는 상황에 몰릴 수밖에 없다. 덱스는 불법도 아니지만, 합법도 아닌 탓에 거래소보다 '세탁소'의 이미지가 강한 것도 무시할 수 없다.

IT 업계에서 애플과 구글의 개발자 계정 폭파는 '다시 만들면 되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동안 쌓인 다운로드와 리뷰와 평점, 피처드를 받을 수 있는 혜택 등을 포기하는 것과 같아서 현재 P2E 게임을 서비스하는 회사가 별도의 계정을 생성해 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의 변경 여부는 알고 있으며, 현재 한글 버전이 공개되지 않아 모니터링 중이다"라며 "덱스 관련 이슈는 규제 당국이나 우리나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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