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홍콩금융관리국 X
자료=홍콩금융관리국 X

| 내외경제TV=정동진 기자 | HSBC(The Hongkong and Shanghai Banking Corporation Limited)와 스탠다드 차타드(Standard Chartered Bank Hong Kong), 앤트 그룹 등 금융 기업 3곳은 싱가포르의 프로젝트 가디언과 홍콩의 프로젝트 앙상블에 모두 참여 중이다.

지난 21일 '프로젝트 가디언 feat.싱가포르 통화청(MAS)' 기사에서 언급된 프로젝트 가디언은 프로젝트 오키드와 구분, 싱가포르 달러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실험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프로젝트 앙상블도 홍콩금융관리국(HKMA, Hong Kong Monetary Authority)이 주도해서 진행 중인 디지털 홍콩 달러(e-HKD)의 생태계를 꾸리고, 경쟁력 강화를 위한 CDBC 실험이다.

그래서 프로젝트 앙상블은 국내에서 잠시 멈춘 프로젝트 한강과 비슷한 점이 많다. 비록 프로젝트 한강의 표본과 참여 기업이 적지만, 이 둘은 이미 발행된 예금토큰을 토대로 실험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향후 프로젝트 한강이 추구할 방향성을 살펴볼 수 있다.

자료=HKMA X
자료=HKMA X

 

프로젝트 앙상블

프로젝트 앙상블은 2024년 3월 7일 홍콩 금융관리국이 공개한 금융 혁신 실험이다. 이미 발행된 예금토큰(Tokenised Deposits)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한 기업끼리 결제를 통해 장단점과 문제점을 찾아 보완하는 데 의미를 둔다. 

앞서 프로젝트 앙상블은 국제결제은행(BIS)가 주도해서 진행한 프로젝트 다이나모와 프로젝트 제네시스의 사례를 적용, 예금토큰의 대중화를 토대로 금융 시장인프라(FMI, Financial Market Infrastructures)를 구축하는 데 의의를 둔다.

일례로 프로젝트 다이나모는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발행한 디지털 토큰을 토대로 NFT와 스마트 컨트랙트를 활용한 기업 지원 프로그램으로 HKMA와 BIS가 공동으로 진행했다. 또 프로젝트 제네시스는 국내 금융업계가 지향하는 ESG에 블록체인을 접목한 실험이다.

그래서 프로젝트 앙상블은 크게 ▲고정비와 투자 펀드(Fixed income and investment funds) ▲유동성 관리(Liquidity management) ▲친환경과 지속 금융(Green and sustainable finance) ▲무역과 공급 금융 등 4개의 테마와 8개의 세부 항목을 구분, 기업이 참여했다. 바로 프로젝트 제네시스가 친환경과 지속 금융에 해당한다.

디지털 홍콩 달러 1차 파일럿 프로그램 참여 기업 일부 / 자료=HKMA
디지털 홍콩 달러 1차 파일럿 프로그램 참여 기업 일부 / 자료=HKMA

 

파일럿에서 출발, 프로젝트 e-HKD+로 승격

프로젝트 앙상블은 CBDC를 wCBDC(도매형 중앙은행 디지털통화, Wholesale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로 한정했다. 그 이유는 앙상블 이전에 진행한 파일럿 테스트에서 거창한 CBDC보다 현실적인 디지털 홍콩 달러 도입 시기와 적용 여부를 두고 고민했기 때문이다.

이는 업계에서 부르는 wCBDC와 리테일 CBDC를 구분, 2023년 5월 디지털 홍콩 달러 도입을 위해 첫 번째 테스트를 진행했다. 당시 HSBC와 스탠다드 차타드를 포함한 16개 금융 기업이 파일럿 테스트 방식으로 현장 결제와 기업 간 거래에 대해 테스트를 진행했다.

디지털 홍콩 달러 2차 파일럿 프로그램 참여 기업 일부 / 자료=HKMA
디지털 홍콩 달러 2차 파일럿 프로그램 참여 기업 일부 / 자료=HKMA

테스트 종료 이후 참여기관 16곳은 HKMA의 1차 보고서처럼 모두 각자의 관점에서 기술한 보고서를 2023년 10월 30일에 공개했으며, 앞으로 진행될 2차 테스트(Phase 2 of the e-HKD Pilot Programme)는 국내의 혁신금융 서비스처럼 프로젝트 앙상블을 통해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래서 2차 테스트는 프로젝트 앙상블(2024년 3월 7일)이 시작된 이후에 5월 17일까지 모집한 11개 기업을 중심으로 진행했으며, 이후 샌드박스에서 본격적인 2차 테스트로 전환해 2024년 9월 23일부터 시작해 1년 동안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홍콩 증권선물위원회가 중심으로 규제의 틀을 완성한 스테이블 코인 관련 규제 시행일이 2025년 8월 1일이고, 현재는 파일럿 프로그램에서 명칭을 '디지털 홍콩달러 플러스 프로젝트(Project e-HKD+)'로 정의한 점이 눈길을 끈다.

프로젝트 앙상블 샌드박스 항목 / 자료=HKMA
프로젝트 앙상블 샌드박스 항목 / 자료=HKMA

 

테스트는 왜 하는 것인가?

부산은행은 올해 4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진행한 프로젝트 한강에 디지털바우처로 참여했다. 흔히 국내외 암호화폐 업계에서 지칭하는 월렛을 전자지갑으로, 예금토큰을 디지털 화폐로 규정해 기존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와 다른 표본을 추출해 부산은행 고객 8천 명을 테스트 집단으로 선정했다.

테스트 범위는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에서 부산은행의 디지털바우처를 다운로드 받아서 설치해 앱에 마련된 지갑 개설과 계좌의 잔고 일부를 예금 토큰으로 전환, 지정한 곳에서 사용하는 것이다.

당연히 이디야커피나 하나로마트 등의 오프라인과 땡겨요와 현대홈쇼핑 등의 온라인에서 사용, 여기에 세븐일레븐의 경우 예금토큰으로 결제하면 10% 할인을 적용했다.

혹자는 기존 신용카드와 페이로 결제할 수 있는데 굳이 테스트가 필요하냐고 반문한다.

테스트의 목적은 결제 속도와 오류 등이 아닌 경험이다. 과거 게임업계는 PC 온라인 게임 상용화 전까지 사내 시연, FGT, CBT, OBT 등을 진행, 테스터의 피드백을 토대로 콘텐츠와 서버 부하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저 테스트에 참여한 이들이 입소문을 내주기를 바라는 노림수도 있었지만, 정말 말 그대로 테스트였다.

부산은행과 한국은행이 참여한 테스트 이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검색을 통한 스마트 폰에 앱 설치, 앱에서 잔고를 예금토큰으로 전환, 예금 토큰을 편의점과 온라인 쇼핑몰 결제 등 일련의 과정이 이를 사용하는 부산은행 고객과 수요 예측을 통한 케이스 스터디를 진행한 부산은행의 경험치로 쌓인 셈이다.

디지털 바우처 대표 이미지 / 자료=부산은행
디지털 바우처 대표 이미지 / 자료=부산은행

이미 다른 결제 방식에 익숙해진 집단을 대상으로 디지털화폐를 발행-유통-결제로 이어지는 과정을 테스트, 금융 당국과 기업은 기술과 법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다. 예를 들면, 리테일 CBDC를 위한 표준화를 법령에 명시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까지 완성하는 게 그들의 역할인 셈이다.

그래서 올해 말 홍콩금융관리국은 Project e-HKD+의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후 이전까지 진행한 테스트를 기반으로 3단계로 진입할 것인지 혹은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것인지 알 수 없다.

다만 홍콩 금융 당국이 성과가 아닌 결과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3단계 테스트를 진행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저작권자 © 내외경제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