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가디언 대표 이미지 / 자료=싱가포르 통화청
프로젝트 가디언 대표 이미지 / 자료=싱가포르 통화청

| 내외경제TV=정동진 기자 | 프로젝트 가디언(Project Guardian)은 2022년 5월부터 싱가포르 통화청(MAS, Monetary Authority of Singapore)이 주도해서 진행 중인 금융 혁신 프로젝트다.

프로젝트 취지는 암호화폐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지워내고, 블록체인을 전통 금융에 접목하는 것이다.

Project Guardian is a collaborative initiative between policymakers and the financial industry to enhance liquidity and efficiency of financial markets through asset tokenisation. - 싱가포르 통화청

프로젝트 팀은 누가 참여?

참여하는 기업도 한국은행에서 주도한 프로젝트 한강과 달리 목적과 테스트 항목에 따라 유수 금융 기업과 국외 규제 기관, 체인링크(LINK)나 헤데라(HBAR) 등으로 구분한다.

예를 들면, 체인링크는 SBI 홀딩스 그룹 산하 SBI 디지털 마켓과 스위스 UBS의 파트너로 활동했다.

2023년 10월 30일 양사가 공동으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싱가포르의 토큰 VCC(Variable Capital Company)의 발행과 유통 테스트를 완료했고, 이듬해 11월 CCIP(Cross-Chain Interoperability Protocol)로 UBS의 Variable Capital Company(VCC) 펀드 발행과 유통 부문을 테스트했다.

이후 SBI 디지털 마켓은 폴리곤 에코시스템 토큰(POL)으로 같은 테스트를 진행했으며 ▲스탠다드차타드-헤데라(HBAR) ▲씨티은행-아발란체(AVA) 등이 발행과 유통 테스트를 진행한 바 있다.

싱가포르 통화청(MAS, Monetary Authority of Singapore) / 자료=MAS
싱가포르 통화청(MAS, Monetary Authority of Singapore) / 자료=MAS

국내가 특금법과 가상자산이용자 보호법, 최근 발의된 디지털자산법까지 법과 사업이 따로 노는 것과 달리 프로젝트 가디언은 정책과 사업을 한 곳에서 수행한다. 시작 시기를 떠올린다면 2022년 5월, 테라-루나 쇼크 이후 촉발된 스테이블 코인 규제의 필요성에 출발한 프로젝트다.

21일 싱가포르 통화청에 따르면 프로젝트 가디언은 ▲일본 금융청과 영국 금융감독청, 스위스 금융시장감독청(FINMA) 등으로 구성된 정책 그룹(Policymaker group) ▲SBI 디지털 에셋 홀딩스와 무디스와 같은 금융 그룹(Industry group) ▲국제자본시장협회(ICMA)와 스위프트 등의 협회 그룹 등 총 40개 기관과 기업이 참여 중이다.

특히 ICMA와 같은 그룹으로 참여한 국제금융시장협회(GFMA)와 국제스왑파생상품협회(ISDA)의 참여는 단순한 실험이 아닌 스위프트와 같은 상용화까지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그 결과 프로젝트 가디언의 사전적인 정의에 'tokenisation'이라는 단어가 언급되면서 전자와 디지털의 경계가 희미해진 탓에 참여기관과 기구가 고정된 것이 아닌 테스트 항목에 따라 참여자가 달라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프로젝트 가디언 참여 기업 일부 / 자료=싱가포르 통화청
프로젝트 가디언 참여 기업 일부 / 자료=싱가포르 통화청

 

SGD 테스트넷과 글로벌 레이어 1

프로젝트 가디언은 싱가포르를 기준으로 국내와 국외를 구분해 프로젝트 오키드와 국외 프로젝트 가디언으로 구분한다. 그래서 테스트를 위해 싱가포르 달러 테스트넷(SGD Testnet)과 글로벌 레이어 1(GL1)로 정의했고, 참여 기관은 모두 금융 기업이다.

그래서 지난해 SGD 테스트넷 1차 그룹에 스탠다드차타드, DBS, 싱가포르 은행 OCBC 등이 참여한 것도 이 때문이다.

프로젝트 가디언의 시험은 국내외 암호화폐 업계가 진행하는 실증실험과 의미가 다르다. 시험과 실험의 차이는 앞서 언급한 전통 금융과 블록체인의 결합이 이미 기존 시스템에 새로운 기술을 접목한다는 의미가 강해 시험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는 일반적인 프로젝트 팀이나 스타트업과 진행하는 블록체인 관련 사업은 제도권 밖에서 진행되는 정말 순수한 프로젝트의 의미가 강하기 때문에 실험이라고 구분한다.

정리하면 프로젝트 가디언의 핵심 중 하나는 자격이다. 검증된 사업자가 SGD 테스트넷에 참여해 발행부터 결제, 외환 거래(FX)와 채권 거래 등 국가를 초월한 거래를 진행하면서 싱가포르 달러의 CBDC 자격을 검증하는 셈이다.

국내외 암호화폐 업계에서 사용하는 노드와 밸리데이터를 금융 기관과 협회로 한정, 금융 서비스를 토큰으로 전환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이벤트를 확인하려는 포석의 의미로 읽힌다.

프로젝트 가디언 테스트 항목 / 자료=MAS

 

SGD 달러 경쟁력 강화

지난해 11월 레이어 원 서밋에서 레옹 싱 치옹(Leong Sing Chiong) 싱가포르 통화청 부청장은 "토큰 자산 도입을 위해 유동성, 인프라, 프레임 워크, 결제 자산의 조화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유동성은 씨티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 등 금융기업이 중심으로 설립한 그룹 중심으로 테스트하고, 인프라 구축은 기존 퍼블릭 블록체인과 프라이빗 체인의 장점만을 흡수한 허가 방식의 퍼블릭 체인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래서 글로벌 레이어 1의 상용화 서비스를 위해 JP 모건, 미쓰비시UFJ(MUFG), 프랑스의 소시에테제네랄 포지(Societe Generale-FORGE), 씨티은행, 뱅크오브뉴욕(BNY) 등이 참여한 것을 두고 미국의 달러, 유럽의 유로, 일본의 엔화 등 G3 통화까지 연동되는 SGD의 경쟁력을 시험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글로벌 레이어 1 / 자료=MAS
글로벌 레이어 1 / 자료=MAS

5개 금융 기업이 참여한 네트워크에 국제금융시장협회(GFMA)와 국제자본시장협회(ICMA)까지 합류한 것은 토큰화(tokenisation)의 표준화된 틀을 구축하는 데 의미를 둔다. 이를 토대로 토큰화는 발행하는 은행이 책임지는 구조를 채택, 참여 기업끼리 결제하는 토큰의 표준화가 진행되면 CBDC에 근접하는 셈이다.

정리하면 프로젝트 가디언은 싱가포르 달러의 CBDC 적격성 시험을 위해 각 국가의 금융 기업과 규제, 결제와 기술의 표준화 등을 일괄적으로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국내외 암호화폐 업계에서 통칭하는 테스트넷과 메인넷, 토큰과 코인, 레이어 1과 레이어 2라는 업계 용어를 사용,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는 전통 금융 기업의 시험대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프로젝트 한강은 계속되어야 한다

국내에서 잠시 멈춘 프로젝트 한강은 프로젝트 가디언보다 프로젝트 오키드의 모습에 가깝다. 그 이유는 프로젝트 가디언은 토큰화, 프로젝트 오키드는 디지털 싱가포르 달러를 기존 결제 시스템에서 활용해 테스트 항목이 주류를 이뤘다. 2022년 5월 프로젝트 가디언이 시작되고, 같은 해 11월부터 프로젝트 오키드가 출발했다.

싱가포르 통화청 측은 리테일 CBDC의 도입 시기보다 프로젝트 오키드를 통한 케이스 스터디에 중점을 두고, ▲정책 자금(정부-기업·개인) ▲상품권과 에스크로(기업-개인) ▲알리페이 결제(개인-개인) 등으로 정부, 기업, 개인 등이 참여하는 다양한 실험을 진행했다.

Project Orchid is a multi-year, multi-phase exploratory project examining the various design and technical aspects pertinent to digital Singapore dollar, from its functionalities to its interaction with existing payment infrastructures. - 싱가포르 통화청

이에 비해 국내는 한국은행 중심의 프로젝트 한강과 금융위원회가 주도하는 혁신금융 서비스가 분리돼 프로젝트 가디언처럼 성과를 내기 힘든 실정이다.

그래서 프로젝트 가디언의 사례처럼 정책 관계 기관과 기구, 각종 기업, 프로젝트 팀이 한곳에 모여서 시험을 진행, 참여 기관과 목적에 따라 항목을 편집하면서 서서히 테스트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그저 규제 샌드박스로 최소 2~4년에 CBDC와 리테일 CBDC, 스테이블 코인까지 테스트 하려면 규제와 육성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 기존 법령의 예외 조항 추가로 시험없이 적용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커진다.

금융 시장의 질서 유지와 금융 소비자의 권익 신장까지 추구하려면 프로젝트 한강과 규제 샌드박스를 한 곳에서 한꺼번에 진행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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