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외경제TV] 김하늘 기자=지난 10일 방탄소년단이 과거와 미래를 총망라한 앤솔로지(모음집) 앨범 '프루프'(Proof)을 내놓은 가운데, 성범죄 혐의로 재판 중인 작곡가의 곡이 포함됐다는 사실에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CD 3장으로 구성된 이번 앨범에는 타이틀곡 'Yet To Come'(옛 투 컴), '달려라 방탄', 'For Youth'(포 유스) 등 신곡 3곡을 포함해 48곡이 실렸다. 앨범은 데뷔 10년 차에 접어드는 방탄소년단의 과거·현재·미래에 관한 이야기가 담겼다.
CD1은 지금까지 방탄소년단 앨범의 타이틀곡을 총망라했다. 또 CD2는 일곱 멤버의 서로 다른 색깔과 매력을 담은 솔로곡과 유닛곡으로 꾸렸다. 마지막 CD3는 지난 활동 중에 작업했으나 앨범에 싣지는 않은 데모곡 등이 포함돼 있어 신곡이 3개에 불과하지만 양과 구성이 풍부하다는 호평을 받았다.
10년차 잔치에 어울릴 만한 앨범이지만 팬들의 반응이 뜨겁지만은 않다. 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소속사 하이브가 논란의 곡을 포함한 채 발매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10일 CD2의 리스트 공개 당시, 지민의 솔로곡인 'Filter'(필터)에 불법촬영 혐의로 재판 중인 작곡가 '정바비'가 참여한 것이 알려지면서 팬들은 크게 반발했다. 그간 방탄소년단이 보여온 행보와 전달하는 가치관에 정면으로 부딪치는 일이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은 과거 여성혐오적·성차별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지난 2015년 그룹의 리더이자 랩을 담당하고 있는 RM의 수록곡 '농담'의 가사 도마에 오르며 맹비난을 받았다. "넌 천상 여자처럼 설 거 없지", "그래 넌 최고의 여자, 갑질", "갑 떼고 임이라 부를게. 임질"을 비롯해 성비하적 표현이 다수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에 방탄소년단은 "방탄소년단 가사 내 여성혐오 논란이 있음을 인지하고, 가사를 다시 검토한 결과 내용 중 일부가 창작 의도와는 관계없이 여성 비하에 대한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고, 그로 인해 많은 분들에게 불편함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며 "방탄소년단이 데뷔 전에 SNS에 올린 내용 중 일부가 여성들에게 불쾌한 콘텐츠일 수 있다는 것도 자체적으로 확인했다"고 인정했다.
또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와 방탄소년단 전원은, 이러한 지적 사항과 문제점을 앞으로의 창작 활동에 지속적으로 참고하겠다"면서 진심어린 사과와 자기반성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했다.
이후 방탄소년단은 신곡을 발표할 때마다 여성학 교수에게 가사를 의뢰해서 성 감수성, 젠더 감수성에 어긋나지 않는지 검수한다고 밝혔으며, RM은 개별적으로 트위터 등을 통해 'Manbox'(맨박스), '82년생 김지영' 등 페미니즘 도서를 읽는 모습을 보이기도 해 팬들의 응원과 지지를 받았으며 방탄소년단이 다른 그룹과 차별화되는 요소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이같은 가운데, 방탄소년단의 앨범에 성범죄 혐의자의 곡이 포함됐다는 소식은 팬들에게 매우 충격적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멤버 지민이 직접 정바비의 곡을 선택했다는 사실이었다. 지난달 18일 지민은 공식 SNS의 영상을 통해 "개인적으로 아미 여러분들이 기대하는 다채로운 모습들을 다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밝혔다. 팬들이 10년차 앨범을 보이콧을 결정할 정도로 반대가 거셌음에도 오히려 지민을 앞세우면서 논란을 묵살하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팬들은 "소속사의 문제만이 아닌 것 같다", "과거 여성학 교수에게 의뢰한다던 방탄은 어디 갔나", "전부 쇼였네", "정바비도 검수 받았나 보다", "앨범 진짜 사고 싶은데 너무 찝찝하다" 등 날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편, 정바비는 지난 2019년 가수 지망생인 20대 여성 A씨의 신체를 무단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정바비에게 성폭행도 당했다며 지인들에 피해를 호소하다 이듬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정바비는 지난 2020년에 또 다른 여성 B씨를 폭행하고 불법촬영한 혐의도 받고 있다.
지난 1월 진행된 첫 공판에서 정바비 측 변호인은 동영상 촬영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상대방 동의를 얻었다고 주장했다. 또 폭행 혐의와 관련해서는 일부만 인정했다. 지난 3월 열린 두 번째 공판과 지난달 25일에 진행된 세 번째 공판에서도 일부 폭행을 제외한 나머지 혐의는 부인한다며 지난 1월 첫 공판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