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넷플릭스, 티빙
자료=넷플릭스, 티빙

| 내외경제TV=정동진 기자 |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은 A랭크 파티를 이탈한 나는, 전 제자들과 미궁 심부를 목표로 한다.(원제 : Aランクパーティを離脱した俺は, 元教え子たちと迷宮深部を目指す.)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MMORPG에서 일어날 법한 이벤트를 애니메이션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이미 제목부터 결론을 알려주고 이야기의 흐름을 풀어내는 탓에 작품의 파괴력이나 감동은 덜하다. 대신 남자 주인공 1명과 서브 여성 캐릭터가 다수 등장하는 꽃다발(?) 장르로 애틋한 애정전선을 형성하는 몇몇 장면 덕분에 연애 시뮬레이션 느낌도 묻어난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유크로 기존 파티에서 온갖 잡무를 맡아 파티를 이끄는 실질적인 리더다. 잘난 척하기 바쁜 탱커나 딜러, 힐러에 비해 각종 던전의 몬스터 공략이나 도핑 타이밍을 파악해 레이드의 성공을 돕는 숨은 조력자 역할이다.

아마도 이러한 경험은 과거 PC MMORPG에서 레이드를 준비하거나 진행하면서 한 번쯤 느껴 본 소외감을 떠올리면 이해가 빠르다. 분명 같은 파티로 각자의 역할에 맞춰 각종 준비물까지 챙겨오지만, 모든 것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는 파티원들의 한 마디에 상처를 입기 마련이다.

그래서 A랭크 파티에서 C랭크 파티로 소속을 바꾼 이후부터 저레벨 시절에 겪었던 각종 시행착오와 실수를 떠올리며, 이들을 이끄는 파티 리더로 조각난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물의 성격도 있다. 일종의 보상 심리처럼 저레벨이 고레벨을 향한 동경과 부러움, 고레벨은 저레벨을 향한 초보자 시절을 떠올리면서 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조력자로 거듭나는 또 다른 성장물이기도 하다.

다만 던전 플레이를 라이브 방송으로 중계, 다른 이들의 관심을 받아 파티의 이름을 알리는 등 일련의 과정은 게임에서 볼 수 있는 설정이라는 점과 매번 구성이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탓에 A랭크 파티의 신선함은 떨어진다.

A랭크 파티에서 이탈하는 과정이 '잘하면 내 덕분, 망하면 네 탓'을 외치는 탱커와 딜러, 힐러의 책임공방과 비슷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별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클로버 파티가 구성된 이후 전개는 특별함이 없어 다소 밋밋하게 전개된 탓에 열혈 액션을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꽃밭을 걷는 유크의 활약은 공감하기 힘들다.

단적으로 고레벨이 저레벨 파티로 합류해서 버스 태워주고, '유크님 짱!'을 외치면서 여성 캐릭터와 연애 상황까지 연출하는 작품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진부한 설정과 무난한 진행에서 오는 지루함과 느긋함의 경계에 서 있는 작품이라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예상되며, 여유를 갖고 시즌 2까지 정주행 할 수 있는 인내심만 있다면 'A랭크 파티를 이탈한 나는, 전 제자들과 미궁 심부를 목표로 한다.'도 나쁘지 않겠다.

 

저작권자 © 내외경제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