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외경제TV=정동진 기자 | 더 캐니언(원제 : The Gorge)은 리바이(배우 마일스 텔러)와 드라사(안야 테일러 조이)가 등장, 지난 2월 애플TV를 통해 공개된 영화다.
협곡 사이에서 서로를 향한 애틋한 감정과 협곡 아래에서 미지의 생명체가 공존, 작품 초반부터 중후반까지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설정이 뒤엉켜있음에도 뻔한 구성을 두 시간이 넘는 러닝 타임에 알차게 채워 넣었다.

이 영화를 접하게 된 것은 단지 리바이라는 이름 덕분이었다.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에서 인류 최종병기로 통하는 리바이 병장의 이름을 본따 마일스 텔러가 연기한 리바이는 우울함 그 자체였다. 인생을 포기한 것처럼 살아가는 그에게 특별한 임무는 지키는 것이었다.
단지 누구를 위해 지킬 것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저 '협곡 아래에서 올라오는 모든 것을 처단하라'는 단순한 목표였지만, 드라사의 존재로 그의 일상은 미묘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눈이 맞은 남녀가 협곡 사수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격정 로맨스였지만, 협곡 안의 위험한 존재가 밝혀지면서 전개는 이전과 다른 양상으로 바뀐다. 앞서 언급한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뻔한 설정이 서서히 이야기의 흐름에 영향을 주지만, 흔한 설정 뒤범벅 대신 구성은 로맨스 대신 전우애로 바뀌면서 크리처물 성격이 짙어진다.
바로 특정 진영과 회사의 흑막에 가려진 협곡 아래의 존재가 밝혀진 이후 로맨스가 아닌 생존 게임으로 바뀐다. 한때 그들도 인간처럼 살아왔기에 극악무도와 거리가 멀었고, 누군가의 희생양으로 변해버린 존재였던 탓일까. 그 흔한 좀비 서바이벌 장르와는 결이 달랐다.

오히려 이전에 근무했던 전임자들과 달리 리바이와 드라사는 묘한 특별함이 존재했고, 이러한 특별함은 단순한 연민의 정이 아니라 '텅 빈 사람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실력을 돋보이게 만드는 장치로 활용한다.
특히 드럼과 체스를 두는 장면은 더 캐니언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는데 두 배우가 이전 작품에서 보여줬던 모습을 떠올린다면 흥미로운 팬 서비스처럼 느껴진다.

더 캐니언은 텅 빈 사람들과 할로우맨으로 묘사된 괴물의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과정과 베일에 가려진 흑막을 밝히면서 평범한 삶으로 돌아간 그들의 모습을 담으며 막을 내린다.
그 결과 인류도 지키고, 사랑도 지킨 리바이와 드라사의 행복한 결말이 나오면서 뻔한 설정과 구성도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와 연출의 힘을 발휘, 적당한 킬링타임 영화로 손색이 없는 작품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