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외경제TV=정동진 기자 | 또 시작이다.
규제의 최전선에 서있는 금융위원회와 규제의 테두리에서 공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빗썸 사이에 묘한 신경전이 포착했다. 하지만 일개 기업이 규제기구와 맞서 대립각을 세운다는 의도 자체가 불가능하고, 규제기관이나 기구는 항상 강자이자 기업은 약자의 위치에 선다.
이번 빗썸의 오더 북 이슈 이면에는 금융당국과 기업의 호흡이 엇박자를 내면서 벌어진 일종의 해프닝에 가깝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처럼 관점에 따라 쟁점이 달라지는 사안도 아닌 탓에 뒤를 봐야 한다.

오더 북 공유 무엇이 문제?
2021년 3월 25일 국내 거래소 업계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권고안에 따라 특금법을 시행했다. 당연히 시행 이전에 ISMS 인증과 실명계좌 발급이 허들로 작용했고,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심사를 통과한 바스프 명단의 윤곽이 서서히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시행과 동시에 6개월 동안 신고 수리에 필요한 서류를 접수해만 했다. 예를 들면, 모네로(XMR)와 같은 프라이버시 코인의 흔적을 지워야 하고, 오더 북 공유도 사업자 소재지의 바스프가 현지 당국에서 라이센스를 보유한 사업자로 한정됐다.
당시 오더 북을 공유해 몸집을 키웠던 일부 거래소는 2020년 12월 28일 에이프로빗이 비트파이넥스와 오더 북 공유 중단을 시작으로 ▲2021년 4월 2일 디지파이넥스 코리아, 디지파이넥스 오더북 종료 ▲2021년 5월 14일 플라이빗, 바이낸스 오더 북 종료 ▲2021년 6월 2일 프로비트 코리아, 프로비트 오더 북 종료 등 죽음의 다이어트를 진행했다.
이후 2025년 9월 22일 오후 5시 빗썸은 빙엑스(BingX)와 오더 북을 공유하는 테더마켓을 개설했다. 과거 업비트의 러닝메이트가 비트렉스였던 것처럼 빗썸도 빙엑스를 사용할 뿐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스텔라 익스체인지가 취급하는 종목에서 중복된 암호화폐를 제거하면 러닝메이트로 부를 수준은 아니다.

그럼 빙엑스(BingX) 때문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빙엑스는 국내 거래소 업계에서 업비트 진영의 트래블 룰 연합 베리파이바스프와 빗썸 진영의 코드(CODE) 연합 멤버다. 트래블 룰에 따라 화이트 리스트(입출금 가능 바스프)로 분류하며, 바스프 내부 방침에 따라 트래블 룰 연합, 계정주 확인, 자체 위험평가 통과 등 세부적으로 구분한다.
그 결과 빙엑스는 업비트에서 계정주 확인 바스프로 분류하며, 빗썸도 테더마켓 오더 북 공유 이전에 코드 얼라이언스로 분류한 바 있다.
단 특금법과 가상자산보호법 시행 이후 쿠코인이나 멕스씨와 같은 국외 바스프가 불법으로 분류됐지만, 이들 중 일부는 트래블 룰 연합에 가입하는 변칙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들의 존재는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 금융정보분석원이 아닌 국내에서 영업 중인 거래소들의 '개인정보처리방침'에 노출된다. 그 이유는 회원의 매수와 매도와 같은 정보의 무결성 확보를 위해 국외 이전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회원 가입과 동시에 수집되는 개인정보를 어떠한 목적으로 사용하고, 어느 곳에 이전하는지 표기하는 현행 개인정보보호법과 특금법의 트래블 룰이 자칫 사각지대로 분류되는 규제의 틈을 메우는 셈이다.
25일 두나무에 따르면 업비트는 빙엑스가 운영하는 호주 DCE(Digital Currency Exchange) 스텔라 익스체인지(Stellar Exchange Pty Ltd)를 트래블 룰에 따라 개인정보 국외이전 사업자로 분류했다.
두나무의 업비트, 빙엑스의 스텔라 익스체인지. 이는 빙엑스도 '바이낸스 라이크'처럼 현지에서 허가받은 바스프를 인수, 지사 혹은 현지 법인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일본에서 1종 암호자산 취급 라이센스를 받은 사쿠라 익스체인지 비트코인(SEBC)를 바이낸스가 인수해 서비스 이름을 바이낸스 재팬으로 변경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반대로 업비트 인도네시아와 경쟁을 벌이는 인도네시아 바스프 토코크립토는 바이낸스가 인수, 바이낸스 인도네시아를 사용해야 하나 기존 이름을 사용 중이다.

만약 빙엑스와 스텔라 익스체인지의 라이센스가 시비거리가 된다면 법 해석에 따라 개인정보를 국외에 이전하는 사업자와 거래하는 국내 거래소들도 같이 걸려든다.
혹자는 국내는 불법 거래소로 분류되지만, 국외는 트래블 룰 연합으로 영업의 행태가 아니라고 반문한다. 하지만 국외 거래소 출금시 국내 거래소 업계는 출금 수수료를 암호화폐로 받는다.
비트코인을 출금하면 비트코인, 이더리움을 출금하면 이더리움으로 받으므로 관점에 따라 일정 조건(바스프 보유 가상자산 매도 공시)을 만족, 현금성 자산으로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수수료가 현금화가 가능한 가상자산이라면 이 또한 영업의 행태로 볼 수 있다는 일부 의견도 무시할 수 없는 셈이다.

현재 빗썸 측은 테더마켓 오더 북과 관련해 "주문 접수와 체결을 위한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향후 빗썸의 입출금 국외 거래소의 개인정보 국외 이전과 오더 북 공유를 위한 이전 동의를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