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거면 '인디'라는 가면 벗어라

어몽 오징어 게임의 사전 등록 페이지 / 이미지=구글 플레이 갈무리
어몽 오징어 게임의 사전 등록 페이지 / 이미지=구글 플레이 갈무리

[내외경제TV] 정동진 기자=지난 4일 구글 플레이에서 사전 예약을 시작한 어몽 오징어 게임(Among Squid Game)을 두고 관련 커뮤니티에서 기대보다는 실망, 정확한 설명보다 해명에 급급한 사과문을 두고 말이 많다.

글로벌 게임업계에서 어몽 어스는 퍼즐앤드래곤처럼 장르가 스타일이 되어버린 기념비적인 작품이며,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이후 지구촌에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콘텐츠다.

두 콘텐츠가 관통하는 '생존'이라는 키워드로 뭉친다면 둘의 만남은 어색하지 않으며, 정말 콘텐츠 제작사가 꿈의 프로젝트를 보여준다면 말 그대로 윈윈할 수 있는 사례가 된다.

하지만 이를 하나의 유행으로 인디게임이라는 이유로 저작권이나 로열티 등의 관련 법령을 무시한다면 팬 게임, 오마주, 풍자, 패러디로 접근하는 것이 아닌 몰지각한 게임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어몽 어스와 오징어 게임의 인기에 편승해 게임을 개발하고, 이를 출시하는 과정에서 인디게임의 '2차 창작물'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버린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어몽 오징어 게임의 소개 이미지 / 자료=구글 플레이
어몽 오징어 게임의 소개 이미지 / 자료=구글 플레이

단지 넷플릭스와 어몽어스 개발사 '이노슬로스'에 연락해서 충분히 설명했으니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위험하다. 설명보다는 라이센스 체결과 허락, 동의 등이 먼저 나오는 게 상식이며, 이러한 과정에서 이슈가 발생하면 사전등록을 취소하겠다는 무책임한 발언도 화를 키우고 있다.

국내 인디씬에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이라는 게 있다. 사회적인 현상에 대한 풍자와 계몽, B급 감성을 앞세운 패러디 등은 개발자끼리 놀이 문화로 인식되지만, 그 이상은 '지금 중국게임 욕할 때가 아니다'라는 자기반성도 이어진다. 걸핏하면 불거지는 카피캣 이슈를 두고 인디게임 관련 커뮤니티에서 설전이 벌어지는 것도 각자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번 반지하게임즈의 어몽 오징어 게임은 제작사와 협의 대신 통보, 재미를 추구한다는 개발사의 신념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오히려 이전에 선보였던 중고로운 평화나라나 서울 2033에서 보여준 반지하게임즈의 스타일과 배치된다. 특히 구글플레이 인디 게임 페스티벌 2021에서 도토리카로 TOP 10까지 선정된 개발사라서 더욱 씁쓸하다.

단지 재미와 수익만 추구할 것이라면 과감히 인디라는 타이틀을 떼라. 에셋 스토어에서 에셋 커스터마이징해서 창조나 창작보다 수정해서 처음부터 페이투윈을 추구하는 국내 메이저 게임업체처럼 하는 게 오히려 솔직하다. 언제부터 상황이 불리하면 인디게임이라는 단어가 욕받이나 방패막이로 전락했나.

지난해 불거진 귀살의 검이나 올해 상반기 블러디 레이첼과 다른 게 도대체 무엇인가. 아직 출시되지 않았으니 표절을 운운할 단계는 아니라는 말보다 실수였다고, 생각이 짧았다는 사과 한마디를 하는 게 그렇게 어렵나.

사람이 살아가면서 후회하는 게 바로 사과하는 기회를 놓치는 건데 반지하게임즈는 이미 그 기회를 놓쳤다. 

어몽 오징어 게임에 관하여 유저 분들께 드리는 말씀

안녕하세요, 반지하게임즈 공동대표 이유원입니다.

<어몽 오징어 게임>은 어제(10월 4일)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사전등록이 공개되었습니다.

대형 게임사와 콘텐츠사에서 세계적인 열풍을 불러일으킨 <어몽 어스>와 <오징어 게임>을 활용한 2차 창작을 선보이고, 

이를 바탕으로 일종의 밈이 형성되어 문화를 구축해나가는 장면은 독창성과 B급 감성을 지향하는 인터넷 친화적인 인디게임 개발사로서 무척 흥미로운 주제였습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들이 잘 하는 것을 재밌는 것들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모습을 보던 중,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으로 작은 B급 패러디 게임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실제 게임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으며 디자이너 1명이 그린 컨셉 이미지만으로 사전 등록을 통해 반응을 보고자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우려해주신 두 가지 문제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첫째, 방향성 문제.

독창적인 오리지널리티를 선보이던 반지하게임즈가 기성 게임들의 인기나 현재의 시류에 편승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확인하였습니다. 저희의 인디게임 제작 철학에 대해서는 변한 것이 없음을 확인시켜드리고 팬 분들을 안심시켜드리고 싶습니다.

인기 있는 콘텐츠가 패러디, 오마주 등을 통해 '밈화'되어 흥미로운 2차 창작물을 만들어나가는 것은 그 결과물도 가치 있지만, 사회 현상으로서의 그 자체도 뛰어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개 인디게임 개발자로서는 외람된 의견이지만, 상업성이나 흥행보다는, 이러한 문화로서의 콘텐츠가 접목된 'B급 혼종' 게임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이끌어내줄 것이란 기대로 기획했습니다.

이 게임은 이번 유행과 밈 트렌드에 맞추어 원본을 알고 있을 수많은 유저들에게 재미를 선사하기 위한 목적으로서 만들기 시작했고, 넷플릭스와 이너슬로스(어몽어스의 개발팀) 측에 연락하여 작품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오마주 의도를 전하였습니다.

진지하게 작품의 가치와 의도를 설명하여 그것을 인정받고 더 좋은 시너지를 만들고자 하는 마음에서 제일 먼저 결정된 사항이었습니다.

저희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콘텐츠인만큼, 표절 이슈가 불거지지 않도록 이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고 올바른 선을 긋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디까지나 문화 콘텐츠이자 사회 현상으로서의 두 게임을 연상시키는 데에 초점을 둘 것이며, 각 콘텐츠사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추가적인 이슈가 발생할 경우 전체 컨셉을 수정하거나 사전등록을 중단하는 것 역시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결정은 여전히 기존에 반지하게임즈가 가지고 있던 '재미 추구'와 '오리지널리티'라는 핵심 가치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반지하게임즈는 <중고로운 평화나라>나 <허언증 소개팅!>, <이유원의 저세상 그림퀴즈>처럼 그때그때의 사회상을 반영한 도발적이고 이상한 게임을 계속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둘째, 일정 문제.

<2021 구글 인디게임 페스티벌>에서 예고한 신작이 이 <어몽 오징어 게임>인지, 혹은 이 출시로 인해 다른 일정이 밀렸는지에 대해 궁금해하시고 아쉬워하시는 팬 분들이 많습니다.

해당 프로젝트는 기존 서비스되고 있던 게임들을 관리하던 팀과 다른 팀에서 개발되고 있으며, 기존 게임들의 일정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

또한 <2021 구글 인디게임 페스티벌>에서 잠시 소개해드렸던 신작은 이 게임과 완전히 별개의 게임입니다.

<서울 2033>의 콘텐츠 추가와 버그 수정 등 산적한 소규모 태스크들이 팬 분들이 기다리시는 '서울 패스'나 '랭킹' 등의 신규 콘텐츠 출시를 지연하고 있는데,

이 점에 대해서는 저 역시도 무척 아쉽고 항상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더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해나가며 성장해나가는 반지하게임즈가 되겠습니다.

이렇게 갤러리에 직접 글을 쓰며 해명을 하게 되었지만, 잠시 동안이나마 유저 분들을 놀라게 했다는 생각에 제 마음 역시 편치 않습니다.

단순히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문화에 참여하고 싶었던 마음에서 시작한 프로젝트가 이렇게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것을 보면서, 

유저들의 의견에 귀기울이고, 숨길 것 없이 솔직하게 소통하는 것이 디렉터이자 대표의 본분이라 생각하고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2018년, 처음 반지하게임즈가 세상 밖으로 나가 유저 여러분들을 만났을 때 느꼈던 피드백과 응원의 소중함은 아직도 저희 반지하게임즈 직원 한 명 한 명의 소중한 동기 부여이자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여러분께 가지는 고마움만큼 늘 크게 성장하며 배워나가는 반지하게임즈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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