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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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경제TV] 정동진 기자=특금법 시행에 따른 신고 수리 마감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 거래소 업계 분위기는 흉흉해지고 있다.

지난주 공개된 정부 당국의 ISMS 미인증 거래소 명단이 공개된 이후 이른바 살생부 명단으로 둔갑, 사업 중단에 따른 대규모 상장 폐지와 철수 소식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신고 수리 서류를 제출한 업비트를 제외하고, 어느 하나 잔류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온갖 퍼드도 난무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영업 중인 해외 거래소 중에서 ISMS 인증을 받은 곳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까지 밝혀지며, 내국인 상대로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거래소까지 철수설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감에서 언급된 4개 거래소는 이전부터 업계에서 BIG 4로 분류돼 일찌감치 살아남을 곳이라 생각했지만, 현 상황에서 실명계좌 발급 확인서를 당당하게 지급받아서 서류를 제출한 곳은 업비트 외에 없다.

A 거래소 관계자는 "신고 수리 서류 마감 전까지 실명계좌 발급을 위한 최선을 노력을 다할 것이며, 최악의 경우 실명계좌와 원화마켓을 포기한 이후의 플랜B도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라고 전했다.

2021년 FIU 중점 추진과제 / 자료=금융정보분석원
2021년 FIU 중점 추진과제 / 자료=금융정보분석원

이미 거래소 멸망전이 예고된 업계의 상황에서 업비트는 긍정이나 부정, 어떠한 입장 표명도 없이 묵묵히 UDC에 집중하고 있다. 서류 제출을 제일 먼저 했다는 이유만으로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졌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법에 명시된 최대 90일의 심사 기간을 거칠 수밖에 없어 업비트도 안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최대 90일의 심사 기간을 거치지 않고, 바로 국내 1호 거래소도 출발하더라도 졸속심사 논란과 함께 힘의 균형이 일그러져 국내 거래소 업계에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정 거래소에 거래량이 몰릴 경우 투자유의 종목 지정과 상장 폐지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업비트의 견제와 경쟁할 수 있는 거래소가 필요하다는 이유도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라이벌과 러닝메이트, 페이스 메이커 등의 성격을 가진 여러 거래소가 국내 암호화폐 산업의 근간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현재 정부 당국의 기조와 은행권의 움직임을 보고 있으면 모르는 게 아니라 아는 데 모르는 척하는 것처럼 보인다. 농협은 FATF의 권고안과 특금법을 초월해 실명계좌가 필요한 거래소를 향해 트래블 룰을 강요하고,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고 상황에서 정부 당국은 거래소 살생부 명단을 공개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앞서 특금법 시행을 앞두고 ISMS 인증번호와 실명계좌가 거래소의 생존 조건으로 언급했을 때 정부는 대규모 상장폐지의 후폭풍을 알고 있었다. 시행령에 따른 준비 기간이 짧다는 업계의 볼멘 목소리에도 '블록체인 육성, 암호화폐 단속'은 2017년 9월 4일 이후에도 여전했다.

법 시행 초기 후유증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만, 2021년이 아니라 2020년에 미리 겪으면서 시장에 악영향을 초래하는 정부 관계자의 말이나 가이드라인이 확실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어정쩡한 모습으로 일관하는 정부의 태도도 문제다.

올해 2월 금융정보분석원은 지난해 4월에 진행된 FATF 제4차 라운드 상호평가에서 대한민국이 미국, 호주 등 18개국과 동일한 '강화된 후속 점검'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지만, 지난달 일본은 '강화된 후속 점검'이라는 평가를 일본 정부 당국을 비롯한 현지 언론들도 실질적인 불합격에 가깝다는 의견으로 받아들여 심각한 분위기다.

국내와 같은 '강화된 후속 점검' 평가를 일본은 자금세탁방지 불합격으로 받아들였다. / 자료=FATF
국내와 같은 '강화된 후속 점검' 평가를 일본은 자금세탁방지 불합격으로 받아들였다. / 자료=FATF

자금 결제법을 개정하고, 화이트 리스트 코인과 거래소, STO까지 철저하게 제도권에서 규제하고 있음에도 조치를 필요로 하는 고위험 국가나 강화된 관찰 대상 국가보다 나을 뿐 현행법이 FATF의 평가에서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불합격으로 받아들인 일본은 재무성을 중심으로 3년 플랜을 다시 짜고, 제도 정비에 돌입했다.

반면에 국내는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체제 정비보다 거래소를 세력으로 간주, 이들만 제거하면 자금세탁의 요인은 사라질 것이라는 정리만 있을 뿐이다. 만약 법의 허술함을 감추기 위해 거래소만 없앤다면 채찍만 들지 말고, 최소한 당근은 던져줘라.

때아닌 디지털 금난전권을 내세워 생존할 수 있는 자격을 결정하는 일련의 움직임은 규제가 아니라 억제다. 숨통만 조일 뿐 적어도 살길을 모색할 수 있는 제도 정비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그렇게 거래소 지우기에 나섰던 정부 당국의 조치가 특금법 시행 이후 대한민국의 FATF 상호평가 결과에서 어떻게 나올 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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