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금법을 시행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 도지코인(DOGE)과 아로와나(ARW)가 보여준 일련의 상황은 탈중앙화라는 블록체인의 긍정적인 면이 부각됐지만, 한편으로는 암호화폐 시장을 관망하다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정부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전부터 금융업계는 암호화폐를 투자보다 투기, 사업보다 사기라는 색안경을 끼고 지켜보면서 '특금법 시행이 제도권 진입은 아니다'라는 정부의 기조와 발을 맞췄다.
현재 시행 중인 특금법은 투자자 보호 조항이 일절 없는 오로지 자금세탁을 막기 위한 법이다. 그래서 규제와 억제만 있을 뿐 권장과 육성이라는 측면은 찾아볼 수 없다.
더욱 특금법 시행 전후로 일부 알트코인의 폭등이 이어지면서 단순한 관망보다 개입을 부르는 소환 주문을 외웠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이른바 '헬게이트 서울'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왜 아직도 신고서류를 접수한 거래소가 없느냐는 일갈도 명분이 없다. 왜냐하면 9월 24일까지 유예기간을 주면서 그때까지 서류를 접수하라고 특금법에 명시했기 때문이다.
단지 현재 시장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규제가 필요하다고 외쳤다면 확실한 로드맵을 제시했어야만 했다. 법에 다크코인이라고 표기했다면 화이트 리스트 코인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정말 필요한 프로젝트만 남겼어야 했다.
가까운 일본의 자금결제법도 규제 일변도에서 마진거래 2배 한도와 화이트 리스트 코인만 거래할 수 있도록 정비했다. 하물며 인도네시아조차 화이트 리스트 코인 229개가 존재한다. 다크코인을 법에 표기했다면 화이트 코인도 제정해야 한다.
정말 2021년 버전 디지털 금난전권을 시행하고 싶다면 6개만 남기고, 모든 거래소를 없애야 한다. 어차피 특금법 시행됐어도 레버리지 거래 900배 한도로 장사하는 거래소나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다단계로 모집하는 거래소는 왜 놔두는가.
시쳇말로 정부가 국내 암호화폐의 협곡에 억제기 꼽았으면 힘의 균형이라도 맞추는 게 상식이다. 통제권에 두고 싶다면 울타리라도 제대로 만들어놓고 게임의 법칙을 만들어서 알려주는 게 우선이다.
자금세탁 방지에 최적화된 법을 시행해놓고 세금을 운운하는 건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도 무의미하다. 정말 제대로 세금을 징수하겠다면 어설픈 거래소나 스캠 취급하는 거래소부터 없애야 한다.
언제까지 업계가 할 수 있는 사업과 하지 말아야 할 사업을 케이스 스터디로 해야 하는가. '법이 없으니 어긴 게 없다'는 막무가내 영업을 자행하는 거래소부터 없애고 규제라는 말을 꺼냈으면 한다.
그게 아니라면 자금세탁방지법은 시장을 억제시키는 채찍으로, 특금법은 산업을 육성시키는 당근으로 하드포크나 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