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내외경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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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경제TV] 정동진 기자=예년과 달리 국내 블록체인 게임업계가 P2E(플레이 투언) 대신 웹 3.0(Web3.0)이라는 기이한 용어를 쓰기 시작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사행성과 환전에 초점이 맞춰진 P2E보다 블록체인도 버전업을 거듭한 웹 3.0의 일종이라는 마케팅 용어를 채택, 부정적인 이미지 불식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또 다오(DAO, 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까지 곁들이면서 웹 3.0의 아이콘처럼 포장하고 있다.

하지만 P2E나 웹 3.0 등도 게임에 탑재된 토큰이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는다면 '허공의 메아리'로 그친다는 지적을 피할 수는 없다. 오히려 P2E 게임의 버팀목과 디딤돌은 길드라는 것을 알고도 방관, 말뿐인 블록체인 게임업계가 반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길드, 스쿼드, 클랜, 팸, 파티, 공대, 혈, 레기온 등은 게임업계에서 대중적으로 쓰였고, 현재도 파티의 상위 개념으로 부르는 일종의 목적 조직이다. 그 목적은 친목, 레이드, 서버 패권 장악 등으로 명확하며, PC 온라인 게임이나 모바일 MMORPG에서 길드는 쟁(爭)의 상징으로 통한다.

과거 PC 온라인 게임 전성기에 게임업체의 운영팀보다 속칭 랭커나 네임드로 불리는 이들의 입김이 강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블록체인 업계에서 DAO와 길드의 의미는 게임의 전직 시스템처럼 미세하게 달라진다. 예를 들면, 다오는 홀더보다 재단이 직접 출범시킬 수 있으며, 길드는 재단이 아닌 특정 집단도 출범시킬 수 있다.

대신 길드는 DAO의 종류라 볼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재단은 길드를 공식적으로 지정해 여러 개를 둘 수 있다. 앞서 언급한 PC 온라인 게임 시절에 공식 팬 사이트와 공식 팬카페, 공식 디스코드 등을 길드의 일종이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다시 현실적으로 설명하면 길드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 혹은 집단의 정착을 위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조직이다. 엑시 인피니티(AXS)의 성공 이면에 일드 길드 게임즈(YGG)의 역할을 떠올려보면 YGG의 스칼라십 방식은 곧 게임의 사제 시스템과 장비 대여를 결합, 초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설정된 시스템이다.

하지만 국내 블록체인 게임업계는 거래소 상장과 덱스(DEX)를 통한 스왑에 치중할 뿐 정작 길드 육성은 하지 않는다. 오로지 거래소 상장에 초점을 맞춘 탓에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말만 반복할 뿐 길드 지정과 육성은 뒷전이다.

길드에 대해 지극히 현실적인 예를 든다면 다음과 같다.

스키와 스노보드를 좋아하는 이들이 스키장을 찾는다면 본인의 장비로 이용하거나 혹은 스키장 주변의 대여점에서 장비를 빌려 가는 식이다. 스키장이 블록체인 게임이라면 게임을 플레이하려면 스키 장비가 필요하고, 스키 입문 초기에 본인이 구입하지 않는다면 각종 장비를 빌려서 스키장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를 정리하면 길드는 대여점이며, 스키 입문에 필요한 진입 장벽을 낮춰 스키를 타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게 바로 P2E 게임을 시작할 때 극 초반에 벌어지는 상황으로, 어차피 이더리움(ETH)으로 결제해서 자신의 장비로 시작할 것인지 혹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로 장비를 사용해보고 난 이후에 구입하는 일종의 체험 마케팅인 셈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국내 블록체인 게임업계는 길드보다 리스팅(Listing)에 집중하는 기형적인 방식을 고수, P2E 게임의 생태계를 설계하면서 그릇된 방식만 집중해 부작용만 속출한다. 일각에서는 게임위와 게임법의 사행성 이슈에 따른 국내 서비스 불가 방침이라는 핑계를 대지만, 글로벌 서비스 빌드에서도 길드의 존재는 찾아볼 수 없다.

OKX 테더 마켓에서 거래 중인 딥코인(DEP) / 자료=OKX
OKX 테더 마켓에서 거래 중인 딥코인(DEP) / 자료=OKX

일본 암호자산 시장이 딥코인(DEP)과 젠소키시 메타버스(MV) 등의 P2E 프로젝트를 화이트 리스트 코인으로 인정, 여러 개의 길드가 활동하는 것과 대조된다. 길드가 없는 블록체인 게임은 토큰의 가격과 투자 수익률(ROI) 등 각종 지표에서 맥박이 뛰지 않는 죽어버린 게임이 될 수밖에 없으며, 규제 리스크의 범위가 구체화되기 전 생태계 설계부터 새롭게 구축할 필요가 있다.

게임위가 P2E 게임을 허용하면 금융위가 들어올 명분이 생긴다는 건 불 보듯 뻔하지 않나. 코인이나 토큰 등 가상자산을 관리하는 특금법이 자금세탁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권고안이라는 떠올린다면 P2E 게임의 관점을 다시 돌아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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