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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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경제TV] 정동진 기자=오는 3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계의 트래블 룰 적용을 앞두고, 빗썸과 코인원이 시끄럽다. 이유인 즉슨 지난해 12월 31일 코인원의 '외부 가상자산 지갑주소' 예비 등록을 두고, 불편함을 호소하는 고객들의 불만이 들끓고 있다.

쉽게 설명하면 KYC가 필요 없는 메타마스크나 국내 특금법에 따라 신고 수리가 완료되지 않은 사업자의 주소로 사전에 등록하지 않으면 이를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빗썸과 코인원의 자발적인 방책보다 이들에게 실명계좌를 발급한 NH농협은행의 입김이 작용, 자금세탁방지의 책무를 거래소 측에 떠넘긴 것이다.

문제는 NH농협은행의 요구가 자칫 특금법의 사각지대를 부각시키고, 그에 따른 부작용과 틈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미 코인원과 빗썸은 코빗과 함께 트래블 룰 연합 '코드'를 구성해 이들끼리 주고받은 암호화폐 전송과 입출금 과정을 투명화시킬 수 있는 솔루션을 구축했다.

더욱 민간 기업의 솔루션을 몰이해, 무조건 자금세탁을 막기 위해 거래소에게 책임을 지웠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외부에서 전송되는 암호화폐의 출처를 두고 혹여나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의 소지를 원천 차단, 고객 불편보다 책임 공방 소재에서 벗어나려는 안일한 무사주의가 반영돼 씁쓸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개인이라면 당장 주거래 은행을 바꾸면 그만이지만, 특금법 신고수리 조건 중 ISMS 인증번호와 실명계좌 발급 확인서가 필수가 되버린 거래소 업계에서 은행을 바꾼다는 것은 그만큼 힘든 일이다. 그 결과 울며 겨자 먹기로 실명계좌를 발급한 은행 측의 요구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고, 이러한 피해는 고스란히 코인원과 빗썸에서 거래하는 투자자들의 불편으로 이어진다.

코인원이 예시로 든 바이낸스나 바이비트는 국내에 신고 서류조차 접수하지 않은 사업자로 특금법의 '신고 수리 완료' 측면에서 보면 불법이다. KYC가 필요 없는 메타마스크는 논외로 하더라도 합법과 불법을 논하기 힘든 사업자의 지갑 주소까지 인증하라는 요구는 '김치 프리미엄을 위해 이용하는 거래소의 지갑 주소를 모두 인증해라'는 횡포에 가깝다.

즉 다른 국가에서 합법이나 불법은 상관없으니 출금하고 싶다면 모두 공개해라는 요구는 무리수를 뒀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예를 들면, 국내 거래소 업계에서 코인원과 업비트가 취급하는 아이오타(IOTA)는 OTP처럼 일회용 지갑이라 출금 시 반복해야 한다. 이번 예비 등록 과정에서 업계의 특수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이유다.

빗썸과 코인원이 소속된 트래블 룰 연합에 각 국가에서 인가나 인증을 받은 합법적인 사업자만 합류한다면 향후 오더 북을 공유할 수 있는 발판과 오입금 사고를 막을 수 있는 트래블 룰의 순기능을 간과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이번 조치가 단순하게 자금세탁을 막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게 불과하고, 큰 틀에서 트래블 룰로 대처할 수 있음에도 이전부터 거래소 길들이기라는 명목으로 책임을 떠넘긴 NH농협은행을 향한 불만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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