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외경제TV=정동진 기자 | 엑스알피를 발행하는 주체를 두고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계와 리플(Ripple)社가 대립각을 세웠다. 리플(Ripple)社는 홍보대행사를 앞세워 '리플은 XRP의 발행사가 아닙니다'라는 자료를 미디어 대상으로 배포했지만, 사실 확인을 위해 거래소 관계자와 국내 프로젝트팀, 관련 회사에 문의한 결과는 정반대다.
'리플이 비트코인이냐?'는 강한 어조로 설명한 업계 관계자는 "엑스알피를 발행한 주체도 모르면서 과거에 발행된 개수만 보고 사업을 하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반문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리플은 XRP의 발행사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업비트가 엑스알피 정보로 표기한 프로젝트 연락처는 info@ripple.com이다. 발행은 리플랩스(Ripple Labs)로 표기된다. 이는 빗썸과 코인원도 동일하게 리포트 형태로 공개했다. 또 암호화폐 공시 플랫폼 쟁글도 발행 주체를 '리플랩스'로 표기했다.
그래서 대행사 측의 주장은 자칫 사실인 것처럼 보인다. 엑스알피는 리플랩스가 발행한 것이므로 리플(Ripple)社가 엑스알피를 발행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주장일 뿐 명제(命題)는 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리플랩스와 리플社의 관계가 분명하지 않다. 과거 싱가포르와 에스토니아에 재단을 설립하고, 대한민국은 마케팅과 사업을 위한 법인이라고 궤변을 늘어놓던 상황과 비슷하다.
현재 리플랩스닷컴의 홈페이지는 리플社가 운영하는 리플닷컴 홈페이지로 연결된다. 사업 악용을 위해 홈페이지 주소를 매입한 게 아니라면 한 몸으로 의심되는 부분이다. 또 리플닷컴 홈페이지의 미디어 대상 배포 자료 리스트에는 리플랩스의 과거 내역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상식적으로 리플社와 리플랩스는 관계사일 가능성이 크고, 단순한 뉴스 클리핑이 아니라 보도자료를 올려놓을 정도라면 관계에 대한 설명이 우선이다. 하지만 일련의 상황을 두고 대행사 측은 서면 답변만 가능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사실 확인을 위해 공식적으로 엑스알피를 취급하는 원화마켓 거래소 관계자들은 대행사의 설명과 다른 답변을 내놨다. 그들의 설명이 참이라면 국내에서 영업 중인 거래소는 가상자산 설명서를 시작으로 각종 정보를 대행사와 리플社의 주장을 반영해야 한다.
단 그들의 말이 참일 때 가능한 일이다. 개발과 발행, 운영과 사업은 별개의 사안이라면 엑스알피는 졸지에 개발자 3명이 개발한 프로젝트임에도 개발과 발행은 별개의 문제라고 주창하는 리플社와 이를 대변하는 대행사의 궤변만 남는다.
취재에 응한 국내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들은 대행사와 리플社의 저의(底意)를 의심하고 있다. 항간에는 소송 이슈를 빗겨가기 위한 꼼수라는 말이 나오지만, 이조차 엑스알피 발행과 관련된 이슈라 확인이 필요하다.
그래서 대행사에 묻는다. 엑스알피 발행사가 리플社가 아니라면 누가 발행한 겁니까. 대행사는 미디어 대상이 아니라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과 코빗, 고팍스에 '리플은 XRP의 발행사가 아닙니다'라는 공문 보내서 정보 수정을 요청하는 게 우선이 아닌가.
다음은 대행사가 내외경제TV에 수정 요청을 위해 첨부한 자료다.
리플은 XRP의 발행사가 아닙니다.
XRP는 글로벌 개발자 커뮤니티가 관리하는 오픈소스 블록체인 네트워크인 ‘XRP 레저’에서 운영되는 탈중앙화된 암호화폐입니다. 전체 공급량인 1,000억 XRP는 최초 생성 시에 모두 발행되었으며, 단일 기관이 신규 XRP를 발행할 수 없습니다. 또한, 기업 ‘리플’은 이 XRP를 자사 제품에 활용하고 있을 뿐, XRP는 리플과 별개이고, 리플은 XRP를 관리•제어하거나 단독 소유하지 않습니다.
리플과 XRP를 정확히 구분하고 올바른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규제기관·거래소·개인 투자자를 비롯한 모든 이해관계자가 디지털 자산과 기업의 차이를 제대로 인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암호화폐 ‘XRP’를 명확히 지칭하는 것은 업계 표준에 부합하며, 명칭 혼용으로 인한 잘못된 정보 확산을 예방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다음은 내외경제TV가 대행사에 보낸 질의서다.
1. 리플이 엑스알피를 발행한 게 아니라면 누가 발행했는지 알고 있습니까?
2. 리플랩스닷컴의 홈페이지 주소는 리플닷컴으로 연결된다. 또 리플의 홈페이지에는 과거 리플랩스의 자료도 등록되어 있다. 리플랩스와 리플의 관계는 계열사와 관계사 중에서 어떤 관계입니까?
3. 리플랩스는 엑스알피를 개발하고 발행했다. 리플은 리플 유에스디(RLUSD)를 개발하고 발행했다. 이러한 사실이 맞는가?
4. '단일 기관이 신규 XRP를 발행할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를 보면 엑스알피를 누가 발행했는 지 모르는 상태에서 리플은 엑스알피 사업을 전개하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