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마켓 운영에 필요한 실명계좌 발급, 고팍스 이후 잠잠

그래픽=내외경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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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경제TV] 정동진 기자="#1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다. 마냥 기다릴 수도 없고, 정작 미팅했다고 해서 뾰족한 답변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막연히 기다리는 것도 지쳤다. - ㄱ 거래소 이사"

"#2 힘들게 ISMS 받아서 서류 제출하면 뭐 하나. 규제 샌드박스처럼 2년 동안 내버려 두는 것도 아니고, 벌집 계좌 쓰기 싫어서 힘들게 특금법에 맞춰서 준비했어도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ㄴ 거래소 팀장"

"#3 항상 실명계좌 발급 유력 후보군으로 손꼽혀도 변한 게 없다. 다른 사업을 추진하려고 해도 원화마켓이 없어 제약이 많다. 설령 원화마켓이 열려도 상장시킬 수 있는 프로젝트 발굴이 제대로 될지도 의문이다. ㄷ 거래소 대표"

고팍스 이후 실명계좌 발급이 사실상 멈춰 '정말 이러다 눈까지 멀겠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어느덧 11월이다. 트래블 룰 솔루션과 AML 전문가 영입, 금융 당국의 실사 등 원화마켓을 운영 중인 5개 거래소와 같은 기준으로 규제를 받아도 이들에게는 실명계좌가 없어 'KRW' 거래쌍을 만들 수가 없다.

오지스가 개발한 덱스 '클레이스왑' / 이미지=클레이스왑 홈페이지 갈무리
오지스가 개발한 덱스 '클레이스왑' / 이미지=클레이스왑 홈페이지 갈무리

22일 국내 거래소 업계에 따르면 실명계좌를 발급받지 못해 원화마켓을 개설할 수 없고, 코인마켓 외에는 매출 동력이 없어 고사 위기에 몰려 거래소 몇 군데는 매물로 나왔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실명계좌 발급을 1순위로 점찍고 사업을 추진하더라도 항상 다음 단계가 없다는 게 이들의 하소연이다.

특히 이들의 눈에 보이는 덱스(DEX, Decentralized Exchange)의 존재는 눈엣가시다. 분명 거래소의 기능을 하고 있음에도 ISMS나 실명계좌가 없으며, 일부 사업자를 제외하면 KYC나 AML 책무도 없어 현재 시행 중인 특금법의 사각지대로 꼽힌다.

특금법에 명시된 가상자산 사업자는 ▲매도와 매수 ▲교환 ▲이전 ▲보관과 관리 ▲매도, 매수, 교환 등 중개와 대행 등 총 5개의 행위를 토대로 영업하면 바스프에 해당한다. 또 DEX는 업비트나 빗썸처럼 CEX(Centralized Exchange)보다 상대적으로 AML이 취약해 자금세탁행위와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에 이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예년과 달리 프로젝트팀이 DEX와 NFT를 취급하면서 이들의 존재가 부각될수록 원화마켓을 열망하는 거래소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국내외 프로젝트팀의 행태는 싱가포르와 에스토니아 등에 법인을 설립해 '역외 규제'가 아닌 이상 이들이 운영하는 DEX의 존재는 특금법 기준에서 불법이다.

가상자산사업자 ISMS/ISMS-P 인증서 발급 현황 일부 / 자료=KISA
가상자산사업자 ISMS/ISMS-P 인증서 발급 현황 일부 / 자료=KISA

그 이유는 바스프의 교환 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국내 게임업체가 먹거리로 찜한 P2E 사업과 배치, 덱스 사업자는 곧 바스프처럼 신고 수리가 필요한 사업자의 범위에 포함된다.

비록 특금법이 게임법보다 늦게 출발한 제도권 진입의 초석이지만, 다른 업계의 먹거리 보장을 위해 또 다른 업계의 규칙을 깰 수가 없는 '이해충돌' 상황에 놓인 셈이다.

그렇다면 DEX를 운영 중이거나 준비 중인 사업자들도 그들만의 논리가 있다.

ㄹ 프로젝트팀 실장은 "덱스는 월렛과 함께 메인넷을 구축하는 데 있어 필수 요소로 생태계 확장과 보전을 위해 필요한 축이다. 다만 금융당국에서 연락온 적도 없고, 케이스 스터디 결과 굳이 먼저 신고 수리를 위한 일련의 과정은 필요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ㅁ 프로젝트 팀 리더는 "몇 년 전 유행했던 재단의 법인을 싱가포르로 정했고, 내년 2분기에 싱가포르의 라이센스가 필요한 상황이라 사업장 소재지를 이전할 계획"이라며 "이미 NFT나 덱스가 자금세탁의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해 규제 옥죄기를 알고 있지만, 미리 준비할 생각은 없다. 관련 법도 없는데 우리가 어긴 게 있느냐. 그게 아니라면 덱스를 무조건 불법으로 규정짓는 것은 위험한 생각 아닌가"하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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