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는 FATF 회원국으로 국내 특금법보다 1년 전 PSA 시행

그래픽=내외경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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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글로벌 암호화폐 업계에서 ICO와 IEO를 금지하는 국가가 증가하면서, 암호화폐 천국으로 통했던 금융혁신 국가가 싱가포르다. 현재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되는 국내 프로젝트 대부분이 싱가포르에 법인을 설립하고, 국내에서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혁신의 이면에는 국내보다 앞서 시행한 지불 서비스법(PSA, Payment Services Act)을 시행하면서 거래소와 프로젝트팀을 대거 정리한 영향이 크다.

대표적으로 그라운드X의 클레이(KLAY)와 라인 테크 플러스의 링크(LN)는 싱가포르에 법인을 설립해, 싱가포르의 재단에서 발행하는 토큰이다. 현지법에서 단순한 토큰 발행은 PSA의 라이센스를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지에서 영업을 하는 거래소는 PSA의 라이센스 7개 중에서 'Providing digital payment token service'를 획득해야만 한다. 그래서 업비트 싱가포르는 UPBIT SINGAPORE PTE LTD, 빗썸 싱가포르는 'RDMCHAIN PTE. LTD'가 라이센스를 획득, 국내에서 영업 중인 이른바 본진과 오더북 공유가 가능하다.

싱가포르의 PSA 라이센스 / 자료=싱가포르 통화청
싱가포르의 PSA 라이센스 / 자료=싱가포르 통화청

PSA는 싱가포르에 법인을 설립하고 ICO, DAPP, 거래소, 기타 암호화폐 관련 서비스를 하는 기업 중 규제 대상에 해당하는 결제 관련 7가지 서비스(계좌 발행, 국내 송금, 해외 송금, 상품 구매, e-money 발행, 디지털 결제 토큰, 환전)를 운영하는 기업들은 환전(MC, Money-Changing), 표준결제기관(STI, Standard Payment Institution), 메이저 결제기관(MPI, Major Payment Institution) 등 총 3가지 라이센스 중 하나를 취득해야 한다.

앞서 싱가포르 MAS는 PSA를 시행하며, DPT(Providing digital payment token service)는 2020년 7월 28일까지 그 외 6개 부문은 2021년 1월 28일까지 라이센스를 일시적으로 면제한 바 있다. 이후 라이센스 획득 심사에 실패한 사업체는 모두 정리했다.

지난해 특금법이 국회를 통과했을 때만 하더라도 '오더북 공유'는 상대적으로 ISMS 인증이나 실명계좌 발급보다 주목받지 못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모두 ISMS 인증이 전부라 생각했을 뿐 오더북 공유는 단순하게 제휴 관계 파기라 생각했다.

하지만 N번방 이후로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른 모네로(XMR)의 존재로 프라이버시 코인의 폐해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자 다크코인으로 규정, 이를 취급하는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와 이들과 오더북을 공유하는 국내 거래소의 상장 폐지 러시가 시작된 것이다.

국내 금융싱가포르 통화청 / 사진=싱가포르 통화청
국내 금융싱가포르 통화청 / 사진=싱가포르 통화청

오더북 공유 금지와 다크코인 취급 금지는 ISMS 인증번호 획득과 실명계좌 발급이 특금법 시행 이후 거래소의 정상 영업을 위한 사전 준비 단계다. 

지난 22일 금융정보분석원은 가상자산사업자가 이행해야 할 조치 규정(제28조)에 '오더 북 공유'를 허용할 수 있는 범위를 설명했다.

특정 금융거래정보 보고 및 감독규정

가상자산사업자는 자신의 고객과 다른 가상자산사업자의 고객간 가상자산의 매매‧교환을 중개하고자 할 경우, 일정 요건*을 충족할 때만 제한적으로 허용됩니다.

* ① 다른 가상자산사업자가 국내 또는 해외에서 인허가등을 거친 사업자일 것
② 가상자산사업자는 다른 가상자산사업자의 고객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금융정보분석원이 일정 요건을 충족한 거래소를 직접 밝히지 않았지만, 이는 업비트와 빗썸을 예로 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제기될 수 있는 특정 거래소의 특혜 논란으로 번질 수 있는 사안이고, 이에 대해 업비트와 빗썸도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다.

업비트와 빗썸이 오더북 공유 금지가 아닌 오더북 공유가 허용되는 이유

1. 싱가포르와 대한민국은 FATF의 회원으로 39개국에 포함되어 있다. 이는 오더북 공유의 첫 번째 조건이다.

2. 싱가포르는 FATF 권고안에 따라 암호화폐 규제안 PSA(Payment Services Act)를 2020년 1월 28일에 시행, 라이센스 획득 심사를 2020년 7월 27일까지 진행했다. 라이센스를 획득하지 못한 거래소는 일제히 퇴출됐으며, 현재도 라이센스를 위한 거래소나 프로젝트팀을 퇴출하고 있다.

3. 오더북 공유를 위한 두 번째 조건은 관련법에 따라 관리·감독하는 정부 기관의 존재다. 싱가포르는 대한민국의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 등처럼 싱가포르 통화청(MAS, Monetary Authority of Singapore)이 현지에서 영업 중인 거래소와 프로젝트팀을 관리·감독한다. 

이는 국내 특금법보다 싱가포르 PSA의 규제 강도가 높다는 의미다. 국내는 가상자산사업자의 범위에 거래소와 지갑 서비스업체 위주지만, 프로젝트팀은 포함되지 않는다. 대신 국내 블록체인 게임업체가 A라는 게임을 싱가포르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노출하고, 에어드랍과 같은 프로모션을 진행하면 즉각 라이센스 위반으로 자동 퇴출 대상이다.

4. 업비트APAC은 업비트 싱가포르의 라이센스 획득과 생존을 위해 PSA 시행 전후로 130개의 프로젝트를 상장 폐지했다. 빗썸 싱가포르도 테더(USDT), 라이트코인(LTC), 이오스(EOS)까지 정리할 정도로 살기 위해 안정적인 알트코인까지 상장 폐지했다.

5. 인도네시아는 FATF의 유일한 옵저버로 업비트-업비트 인도네시아는 해석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다만 옵저버 자격이지만, 인도네시아 무역부(Kemendag)와 상품선물거래규제국(Bappebti)의 심사를 거쳐 라이센스를 받은 정식 거래소로 사업장 소재지를 조세피난처로 설정한 다른 거래소와 비교 대상이 아니다.

대신 인도네시아는 정부 당국의 심사를 통과한 화이트 리스트 코인 229개가 존재, 이들만 거래소에 상장할 수 있다. 즉 업비트 인도네시아는 본진과 공유할 수 있지만, 정작 업비트에 상장된 프로젝트가 업비트 인도네시아에서 거래를 하고 싶다면 화이트 리스트 코인으로 심사를 받는 게 안전하다. 

참고로 클레이(KLAY)는 인도네시아의 화이트 리스트 코인이다.

6. 빗썸은 알디엠체인이 운영하는 빗썸 싱가포르 외에도 싱가포르 거래소 AscendEX(구 비트막스-BitMax)와 협력관계로, AscendEX는 빗썸 싱가포르와 마찬가지로 라이센스를 획득한 정식 거래소로 오더북 공유가 가능하다. 

 

이상 6개의 항목이 업비트와 빗썸의 오더북 공유가 가능한 이유다. 반대로 FATF 회원국이지만 관련 규제가 없고, 회원국에서 암호화폐 규제안에 따라 라이센스 개념이 없는 거래소의 오더북 공유는 힘들 수밖에 없다.

특히 FATF 회원국에 해당하지 않는 사업장 소재지의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와 오더북 공유는 업비트와 빗썸처럼 확실한 증거를 증명할 수 없다면 반론의 여지가 일절 없다.

기존 사업자가 오더북 공유를 하고 싶다면 제휴사의 사업장 소재지, 해당 국가의 암호화폐 규제안, 정부 기관의 라이센스 획득 여부 등을 제출해 소명할 자신이 없다면 일찌감치 오더북을 끊어버리는 게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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