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 싱가포르, PSA 시행 이후 라이센스 획득 위해 137개 상폐 전력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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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경제TV] 정동진 기자=지난 11일 25종의 투자유의 종목 지정과 5종의 원화마켓 제거 등 알트코인 정리에 나선 업비트 쇼크가 국내 암호화폐 시장에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이면에는 1년 전 업비트 싱가포르에서 시행된 '알파벳 상장폐지 메타'의 축소판이라는 불편한 진실도 담겨있다.

알파벳 상장폐지 메타는 프로젝트의 코드 네임이 A부터 Z로 시작하는 프로젝트를 모두 대거 정리하는 것을 의미하며, 업비트는 이미 1년 전 업비트 APAC의 업비트 싱가포르에서 거래소 라이센스 심사를 위해 137개의 프로젝트를 정리한 바 있다.

특히 이번에 언급된 30종의 프로젝트는 '퍼스트 임팩트'에 불과하며, 아직 38개의 프로젝트가 '세컨드 임팩트'의 사정권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업비트 APAC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0일, 7종 ▲1월 17일, 54종 ▲2월 4일, 68종 등 총 129개의 프로젝트를 무통보 상장 폐지했다. 업비트의 상장 폐지 프로세스가 투자유의 종목 지정 후 7일의 재심사를 거쳐 상장 폐지와 잔류를 결정하는 것과 달리 업비트 싱가포르는 공지를 올린 이후 2주 뒤에 모두 퇴출했다.

문제는 이번 업비트 쇼크라 불리는 투자유의 종목 지정과 거래쌍 제거에 언급된 프로젝트가 지난해 1~2월 사이에 상장폐지된 리스트에 있었다는 점이다. 즉 30개는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 '세컨드 임팩트'처럼 대규모 상장폐지 리스트가 올라올 것이고, 시쳇말로 업비트 살생부는 여전하다는 점이다.

업비트 싱가포르가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퇴출한 프로젝트 137개 중에서 빨간색으로 표기된 종목이 업비트가 최근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한 프로젝트다. / 자료=내외경제TV DB
업비트 싱가포르가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퇴출한 프로젝트 137개 중에서 빨간색으로 표기된 종목이 업비트가 최근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한 프로젝트다. / 자료=내외경제TV DB

◆ PSA의 DPT 라이센스 획득 위해 137개 퇴출한 업비트 싱가포르
지난 11일 업비트가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한 25개 프로젝트 중에서 이그니스(IGNIS), 픽셀(PXL), 피카(PICA), 링엑스(RINGX), 아이텀(ITAM), 베이직(BASIC), 엔엑스티(NXT), 리피오크레딧네트워크(RCN) 등을 제외하고, 17개 프로젝트는 지난해 1분기 업비트 싱가포르에서 무통보 상장 폐지된 프로젝트다.

특히 업비트 싱가포르에서 상장 폐지된 137개 종목 중에서 프로젝트 38개는 업비트에서 거래 중이며, 세컨드 임팩트 발동 시 리스트에 이름이 언급됐던 프로젝트 38종이 사정권에 들어온다.

지난해 2월만 하더라도 업비트 싱가포르의 알파벳 상장폐지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업비트 싱가포르에서 소화하는 물량이 적다는 이유를 들어 일반적인 해외 거래소의 상장폐지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업비트 싱가포르와 업비트의 관계는 단순한 해외 법인이 아니라 오더 북 공유가 허용되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싱가포르는 대한민국과 함께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회원국으로 권고안에 따라 지불 서비스법(PSA, Payment Services Act)이 지난해 1월 28일 시행됐으며, 국내는 특금법이 3월 24일 시행된 것이다.

특히 싱가포르 통화청(MAS, Monetary Authority of Singapore)은 지난해 1월 28일부터 법을 시행하면서 6개월의 라이센스 유예기간을 설정, 7월 28일까지 라이센스 면제 획득을 위한 심사 기간으로 이용했다. 즉 7월 29일부터 라이센스를 받지 못한 거래소는 즉각 퇴출, 당시 싱가포르에서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던 법인은 모두 심사를 준비하거나 포기하는 등 거래소의 생존이 지상과제였다.

지난해 6월 15일 빗썸 싱가포르도 우량 알트코인을 상폐하면서 PSA를 언급했다. / 이미지=빗썸 싱가포르 갈무리
지난해 6월 15일 빗썸 싱가포르도 우량 알트코인을 상폐하면서 PSA를 언급했다. / 이미지=빗썸 싱가포르 갈무리

◆ 빗썸 싱가포르도 거래소 생존 위해 우량 알트코인 대거 정리
국내 암호화폐 업계에서 싱가포르는 프로젝트팀의 해외법인 집결지로 분류되어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단순한 토큰 발행을 위한 법인 설립은 라이센스가 필요 없지만, 그 외는 라이센스를 획득해야 한다.

업비트 싱가포르가 129개의 프로젝트를 정리할 때 빗썸 싱가포르도 생존을 위해 이오스(EOS), 이더리움 클래식(ETC), 라이트코인(LTC), 스텔라루멘(XLM) 등을 상장폐지, 심지어 테더(USDT)조차 생존을 위해 퇴출한 사례가 있다.

싱가포르 통화청에 따르면 PSA는 싱가포르에 법인을 설립하고 ICO, DAPP, 거래소, 기타 암호화폐 관련 서비스를 하는 기업 중 규제 대상에 해당하는 결제 관련 7가지 서비스(계좌 발행, 국내 송금, 해외 송금, 상품 구매, e-money 발행, 디지털 결제 토큰, 환전)를 운영하는 기업들은 환전(MC, Money-Changing), 표준결제기관(STI, Standard Payment Institution), 메이저 결제기관(MPI, Major Payment Institution) 등 총 3가지 라이센스 중 하나를 취득해야 한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싱가포르서 영업하는 암호화폐 거래소는 디지털 페이먼트 토큰 서비스(DPT, Providing digital payment token service) 라이센스가 있어야 한다. 실제 업비트 싱가포르 첫 화면에 보이는 'DPT service'가 싱가포르 통화청이 업비트 싱가포르에 발급한 라이센스 범위다.

다시 돌아와서 업비트 싱가포르는 싱가포르의 암호화폐 규제법안 PSA와 싱가포르 통화청의 규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는 프로젝트를 대거 정리했다. 이를 국내 상황에 적용하면 특금법 시행 이후 금융위의 관리감독에서 생존을 위해 프로젝트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된 것.

싱가포르 통화청(MAS, Monetary Authority of Singapore) 전경 / 자료=싱가포르 통화청
싱가포르 통화청(MAS, Monetary Authority of Singapore) 전경 / 자료=싱가포르 통화청

◆ 업비트 싱가포르에서 퇴출한 137개 중 38개는 아직 거래 중
일각에서는 실명계좌 발급 심사 시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따르는 과정에서 오해를 살 수 있는 프로젝트를 정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면, 거래소 토큰이나 거래소를 운영하는 법인이 직간접적으로 투자한 프로젝트의 '셀프 상장' 의혹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림수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업비트 싱가포르의 생존 전략이 업비트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의 소지가 될 만한 프로젝트를 투자유의 종목 지정과 상장폐지, 거래쌍 제거 등으로 차단해 업비트 APAC에서 운영 중인 해외 거래소와 오더 북을 공유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제 남은 것은 업비트에서 거래 중인 38개의 프로젝트다. 업비트 싱가포르가 생존을 위해 선택한 대규모 상장폐지 결과, 정식 라이센스를 받아 영업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38개 프로젝트가 업비트 살생부에 등장할 가능성은 농후하다.

업비트 싱가포르가 PSA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랬던 것처럼 업비트도 업비트 싱가포르와 비슷한 행보를 보여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6월 14일 오후 10시 40분 업데이트

본지는 업비트측이 요청한 입장문을 반론권(Right of replay) 보장에 따라 게재한다.

1. 업비트 싱가포르서 진행한 상장폐지는 무통보가 아니라 2주 전에 상장폐지 공지를 등록한 이후에 진행했다.

2. 업비트와 업비트 싱가포르 오더북 공유 이슈는 관련이 없으며,  유동성 부족에 따른 내부 기준 미달로 거래 지원을 종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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