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수익 기대하지만, 수익 발생은 거래소 집중

일본서 차세대 P2E 게임으로 떠오르고 있는 폴카판타지 / 자료=판타지테크
일본서 차세대 P2E 게임으로 떠오르고 있는 폴카판타지 / 자료=판타지테크

[내외경제TV] 정동진 기자=게임업계가 NFT와 플레이투언(P2E, Play to Earn)을 차세대 먹거리와 신 사업으로 정하면서 짝짓기 열풍이 거세다. 불과 1년 전 블록체인 게임 심의로 디지털 금난전권의 재림이라는 말까지 흘러나왔지만, 이제는 옛말이 됐다.

주요 게임업체를 중심으로 P2E의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면에는 거래소 생태계 종속을 비롯한 각종 규제 폭탄이 기다리고 있다. 이는 현재 특금법 시행 초기에 따른 규제 공백을 파고든 것일 뿐 합법과 불법을 논하기 힘들어 다양한 관점이 존재한다.

현재 각종 미디어를 통해 플레이투언의 빛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그림자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번 기획을 통해 오로지 플레이투언의 그림자만 살펴본다.

더블점프 도쿄가 마이 크립토 히어로즈로 구축한 거버넌스 토큰 생태계 / 자료=더블점프 도쿄
더블점프 도쿄가 마이 크립토 히어로즈로 구축한 거버넌스 토큰 생태계 / 자료=더블점프 도쿄

◆ 플레이투언의 시작, 블록체인 게임
지금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 중에서 게임을 블록체인 게임이라고 부르지만, 예전에는 디앱이나 댑스라 불렀다. 그만큼 블록체인 게임이 대중적이지 않았고, NFT와 함께 가끔 이더리움(ETH) 생태계를 논할 때 언급되는 사용처 혹은 유즈 케이스에 불과했다.

플레이투언은 블록체인 게임의 NFT가 제도권 진입에 실패하면서 메타버스와 함께 언급되기 시작한 일종의 유행어다. 올해 3월 특금법에 명시된 가상자산의 정의에 NFT를 게임 아이템으로 인식,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불법 게임물과 사행행위로 취급하면서 대안으로 떠올랐다.

즉 NFT가 환금성과 사행성의 위험이 존재, 이를 게임위가 '불법게임물 등의 유통금지' 조항으로 심의를 거부한 것이다. 그 결과 NFT는 곧 게임의 아이템이라는 인식이 강해지자 일부 게임업체를 중심으로 국내 서비스를 포기하고 해외 서비스에 집중하게 된 것. 

과거 플레로게임즈가 '유나의 옷장'에 적용된 이더리움 기반 픽시코인 탓에 게임의 서비스를 종료한 경험이 있고, 이를 지켜본 위메이드가 미르4 글로벌 빌드에 적용된 이더리움 기반 위믹스(WEMIX)로 P2E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것도 불과 3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하지만 '게임도 플레이하고 돈도 벌 수 있는' P2E는 게임 자체의 인기도 중요하지만, 게임에 적용된 토큰이 BTC, ETH, USDT, KRW 등의 거래쌍이 거래소에 존재해야 한다. 혹은 미르4처럼 토큰으로 다른 토큰으로 교환할 수 있는 아토믹 스왑(atomic swaps)이 적용된 암호화폐 보관과 교환, 전송에 필요한 지갑 서비스가 있어야 한다.

애니모카 브랜즈, 헬릭스, 헤데라 해시그래프 등이 공동으로 개발하는 축구 게임 / 자료=헤데라 해시그래프
애니모카 브랜즈, 헬릭스, 헤데라 해시그래프 등이 공동으로 개발하는 축구 게임 / 자료=헤데라 해시그래프

현재 게임업계가 P2E 열기에 편승해 '일단 던지고 본다'는 뉘앙스로 호재처럼 포장하고 있지만, 게임에 적용했거나 적용할 예정인 암호화폐가 거래소에 상장되어 있지 않다면 P2E는 무력화된다. 또 P2E는 KYC와 트래블 룰로 이미 시행 중인 특금법의 규제를 받는다.

플레이투언에서 '돈도 벌 수 있는' 수익화는 지갑에서 전송받은 거래소에서 토큰을 판매하고, 본인의 실명 계좌 혹은 거래소 지갑으로 출금을 완료한 시점을 말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블록체인 게임에 암호화폐만 적용하면 P2E 모델의 시작이라고 강조하지만, 결국 거래소의 리스팅이라 불리는 상장 프로세스에 따라 거래쌍을 만들지 못한다면 실질적인 P2E는 물 건너간다.

혹자는 유니스왑과 같은 덱스(DEX, decentralized exchange)도 P2E의 범위에 포함되므로 유니스왑과 메타마스크, 아임토큰 등의 지갑을 활용해 상장된 거래소에 전송하는 것도 P2E라고 말한다. 

하지만 KYC가 적용되지 않은 지갑에서 KYC가 적용된 거래소로 전송하더라도 거래소의 회원 가입 제한에 걸려 1차로 차단된다. 국내에서 영업 중인 암호화폐 거래소는 만 19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사용할 수 없고, 적어도 국내에서 P2E는 나이 제한이 걸린다.

이후 고객확인절차(KYC)에 따라 거래 지속과 종료를 거래소가 결정하며, 이는 곧 트래블 룰 적용을 위한 시작 단계다.

◆ P2E는 트래블 룰에 따라 특금법 사정권
트래블 룰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가상자산 전송 시 송수신자 정보를 모두 수집해야 하는 의무를 가상자산사업자(VASP)에 부과한 규제로 특금법 시행령에서 가상자산 거래소가 다른 거래소에 가상자산을 이전할 경우 가상자산을 보내는 고객과 받는 고객의 이름과 가상자산 주소를 제공하도록 규정했다. 

100만 원 이하의 가상자산이 전송되는 경우나 개인에게 전송할 경우에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를 두고 관련 업계에서 트래블 룰은 거래소 간 전송만 해당하고, 거래소와 지갑 전송은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FATF의 바스프(VASP, Virtual Asset Service Provider)나 특금법은 거래소와 지갑 서비스 업체를 같은 사업자로 정의한다.

특금법에 따르면 가상자산사업자는 가상자산을 ▲매도, 매수 ▲교환 ▲이전 ▲보관 또는 관리 ▲매도, 매수, 교환 등을 중개, 알선, 대행 등에 해당하는 행위를 영업으로 하는 자로 명시했다. 즉 거래소와 지갑 사업자는 가상자산을 취급하는 '가상자산사업자'로서 KYC 도입과 트래블 룰 적용 대상이다.

금융정보분석원에 따르면 거래소는 거래업자, 지갑과 디파이사업자는 기타로 구분해 42개 사업자가 트래블 룰을 적용하는 사업자가 되는 셈이다. 그래서 업비트와 에이프로빗, 한빗코가 합류한 람다256의 '베리파이바스프'나 빗썸과 코인원, 코빗이 주도하는 코드(CODE, COnnect Digital Exchanges)에 합류해야 한다.

위믹스가 전송되는 저 구간이 KYC와 트래블 룰이 적용되는 지점이다. / 이미지=드레이코 홈페이지 갈무리
위믹스가 전송되는 저 구간이 KYC와 트래블 룰이 적용되는 지점이다. / 이미지=드레이코 홈페이지 갈무리

즉 KYC와 관련해 거래소를 비롯한 지갑 사업자도 협력하지 않으면 이전과 전송을 한쪽이 차단하는 식이다. 

예를 들면,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상장돼 거래 중인 프로젝트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 입성할 때 ▲KYC 협의가 되어있지 않거나 ▲이전과 전송을 하는 거래소가 금융정보분석원과 금융위의 심사를 거쳐 수리 완료가 되지 않았다면 국내 사업자가 입출금을 차단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최근 게임업체가 주가 부양 차원에서 P2E와 NFT를 남발하고 있지만, P2E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계에서 트래블 룰이 목줄을 쥐고 있음을 알고 있어야 한다. 수익을 만드는 장소가 거래소라면 거래소를 관리감독하는 정부 당국과 이를 지켜보는 특금법의 규제 강도가 P2E에 영향을 주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게임업체가 NFT 거래소나 지갑 서비스를 선보이면 문제 될 게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지만, 국내 특금법은 신규 사업자 진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현재 심사 중인 42개 사업자 외에 신규 사업자가 진입할 수 있는 가능성은 0%다.

진입하려고 해도 실명계좌가 필요없는 지갑 서비스 업체조차 ISMS 인증을 위해 최소 6개월의 시간이 소요되므로 신규 진입이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미디어 이퀄티의 P2E 게임 HEXARS / 자료=미디어 이퀄티
미디어 이퀄티의 P2E 게임 HEXARS / 자료=미디어 이퀄티

그럼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법인을 설립해 사업을 할 수 있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FATF의 트래블 룰까지 피하면서 사업할 수 있는 국가가 몇 개나 되겠는가. 국내를 제외하고, 글로벌 서비스로 P2E 열풍을 이어갈 수 있다는 주장도 거래소 상장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특금법과 트래블 룰의 취지가 자금세탁 방지와 테러자금 조달 금지라는 것을 떠올린다면 국내 게임업계가 FATF의 규제에 반하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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