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게임다울 때 게임으로 인정받는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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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경제TV] 정동진 기자=프로젝트 생태계 확장을 위해 디앱이나 댑으로 불렸던 서비스가 게임업계와 만나면서 어느덧 블록체인 게임, NFT, 플레이투언 등으로 바뀌고 있다. 국내외 블록체인 게임이 NFT로 제도권 진입을 시도했지만, 해당 키워드 대신 메타버스나 플레이투언으로 재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플레이투언은 엑시 인피니티(AXS) 성공 이후 암호화폐 업계에서 대중화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게임업계의 차세대 먹거리로 급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세에 비해 이를 뒷받침해주는 관련법은 시행착오와 사각지대가 곳곳에 발생, 의견이 분분하다.

작년만 하더라도 게임업계에서 화두는 블록체인 게임의 NFT였다. 게임법에서 심의를 받지 않은 불법 게임의 산물로 취급하고, 환금성이 강조된 결과물이자 사행성의 아이콘으로 대두된 것이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NFT는 현실적으로 서비스 종료 이후에도 간직할 수 있는 유저의 추억 소환 아이템으로 접근했다.

시간이 흘러 2021년 10월 NFT는 플레이투언으로 바뀌면서 이를 접근하는 시선도 달라졌다. 혹자는 게임업계의 매출 규모와 기여도를 언급하면서 국내가 해외 블록체인 게임업계에 비해 뒤쳐져 시장에서 밀릴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일리는 있지만, 게임은 게임으로서 게임다워야 게임법의 관리와 통제를 받는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상황은 게임의 쓰임새가 '게임도 하고 돈도 벌 수 있는' 플레이투언보다 자금세탁용으로 쓰일 수도 있다는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다. 적어도 대한민국이 회원국으로 가입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권고안에 따라 특금법이 시행 중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자칫 게임업계는 게임법이 아닌 특금법의 범주에 들어가려고 애를 쓰는 모양새다.

게임업계에서 미르4가 플레이투언의 상징으로 떠오르는데 위메이드를 기준으로 모회사는 게임법, 자회사와 손자 회사인 위메이드트리는 특금법에 포함된다. 특금법은 자금세탁을 막기 위한 법으로 시쳇말로 정이 없다. 특금법에 명시된 가상자산을 자금세탁용으로 간주, 이를 취급하는 사업자에게 자금세탁을 막기 위한 책무를 부여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위메이드의 미르4 글로벌 버전을 두고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구글 플레이를 기준으로 미르4의 매출이 집계되는 국가 중에서 일본은 금융청-자금결제법, 싱가포르는 싱가포르 통화청-지불 서비스법, 태국은 태국증권거래위원회-디지털자산 긴급법령2018, 유럽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미카(Markets in Crypto-Assets) 등이 암호화폐 규제 법안과 이를 감독하는 기구다.

국내 특금법이 이들 국가보다 늦게 시행된 것일 뿐 FATF 권고안에 따라 회원국은 관련법을 제정해 시행 중이며, 준회원과 옵저버 국가도 국내 특금법과 맥락이 같은 법이 시행 중이다. 엑시 인피니티가 필리핀의 국민 게임이자 플레이투언의 상징으로 떠올랐지만, 필리핀은 몰타나 케이맨 제도와 함께 FATF에서 정한 그레이 리스트 국가다.

다시 돌아와서 국내외에서 불고 있는 플레이투언의 열풍을 빌미로 게임법 개정안과 게임위를 압박해서 게임업계에 득이 될 것이 없다. 이미 압박하지 않아도 FATF는 NFT, 디파이, 스테이블 코인 등을 자금세탁용으로 의심, 권고안에 포함시키려는 의견을 조율 중이다. 

회원국이 동의하는 게 아니라 FATF가 권고안을 회원국을 상대로 설명하고, 회원국은 권고안에 따라 관련 모델을 기존 법에 포함시키는 구조다. 

게임위가 나서지 않아도 NFT는 FATF 권고안에 따라 특금법에 포함될 것이고, 이를 취급하는 프로젝트팀이나 개발사는 거래소와 지갑사업자처럼 FATF가 정한 바스프(VASP, Virtual Asset Service Providers)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플레이투언은 프로젝트팀이 발행한 토큰이 특정 거래소에 거래쌍이 형성되는 상장이 완료된 상태가 전제조건이다. 상장된 거래소에서 피아트 머니로 바꿀 수 있어야만 수익이 발생하므로, 거래소와 지갑사업자 사이에 규칙이 필요한 데 그게 트래블 룰이다.

빗썸과 위믹스월렛의 KYC 규칙을 서로 협의를 해야만 입금과 출금이 자유로워진다. 현재 트래블 룰이 거래소 간 전송되는 규칙을 언급했지만, 내년 3월 본격적으로 시행 전에 거래소와 지갑사업자, 거래소와 거래소 등이 서로 협의해야 한다.

단적으로 빗썸과 위믹스월렛이 서로 합의하지 않으면 빗썸은 위믹스월렛에서 입금되는 위믹스를 차단할 수 있다. 이는 특금법이 거래소에 부여한 자금세탁방지 의무로 트래블 룰의 핵심이다.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자금을 세탁하는 용도로 거래소가 전락한다면 거래소는 당연히 금융당국(금융위, 금감원)의 제재를 받는다.

거래소 관계자들 사이에서 트래블 룰 적용을 위한 시간의 촉박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이들은 트래블 룰이 무엇을 차단하는 지는 알고 있다. 단지 공공연하게 입출금을 차단한다는 말을 하지 않을 뿐이다.

플레이투언이 게임업계를 벗어나서 속칭 코인판으로 오면 자금세탁용으로 의심받으며, 이를 차단하기 위한 거래소 업계의 노력도 필사적이다. 지금처럼 플레이투언의 열풍만을 보고 게임법의 샌드박스 1호 개념으로 실증실험은 상관없지만, 특금법의 범주에 포함되면 게임법과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게임에서 통용되는 게임머니가 자금세탁용으로 쓰인다고 의심하는 순간부터 특금법이 개입하므로 플레이투언을 두고 호들갑을 떨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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