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금법 비웃는 해외 거래소, 조세회피처에 법인 설립하고 불법 영업

그래픽=내외경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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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특금법 시행으로 국내 암호화폐 업계가 조정기를 겪을 것이라는 예상에도 이를 비웃는 불법 영업이 판치고 있다. 글로벌 거래소를 앞세워 레버리지 거래 888배와 고수익을 보장하는 문구로 선량한 투자자를 현혹하는 행태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더 북 공유 금지, ISMS 인증번호 획득, 실명계좌 발급 등이 국내에서 영업 중인 거래소의 생존 조건으로 떠올랐지만, 이들은 특금법과 상관없이 버젓이 국내에서 영업을 강행해 시장 분위기를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비터즈(Bitterz)는 애초 300계좌 한정으로 레버리지 거래 한도를 300배에서 888배로 늘렸고, BTCC는 레버리지 거래로 리플(XRP), 카르다노(ADA), 스텔라루멘(XLM) 등을 구입할 수 있다고 거래소 홈페이지에 명시했다.

금융정보분석원은 해외 거래소의 한국어 메뉴 지원도 '국내 영업'으로 간주한다. / 이미지=비터즈 홈페이지 갈무리
금융정보분석원은 해외 거래소의 한국어 메뉴 지원도 '국내 영업'으로 간주한다. / 이미지=비터즈 홈페이지 갈무리

▲ 국내 특금법 비웃는 해외 거래소의 레버리지 거래
특금법 조항에 암호화폐 레버리지 거래는 합법이라고 명시하지 않았다. 반면에 불법으로 벌칙과 과태료의 지침이 정해진 것도 아니다. 다만 3년 전 코인원의 마진거래 이슈로 수사기관이 대부업법 위반과 도박개장으로 판단한 게 전부다.

엄밀히 따진다면 불법은 아니지만, 불법으로 간주될 수 있어 이를 자행하는 거래소가 합법은 아니라는 의미다. 만약 레버리지 거래가 정상이라면 빗썸과 업비트 등의 유수 거래소가 신규 서비스로 선보이면 그만이다.

해외 거래소에서 레버리지 거래를 이용한다면 대한민국 영역 외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에게 적용하는 이른바 속인주의가 적용, 형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이러한 거래소를 이용하면서 국내 투자자는 속인주의를 적용받지만, 정작 레버리지 거래를 선보이는 거래소를 감시할 수 있는 법이 없다는 게 문제로 떠오르고 있어 특금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지난해 비터즈는 중화권에 오픈하면서 일본의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로 홍보했다. 하지만 비터즈는 일본에서 정식으로 인가받은 거래소가 아니다. 단적으로 리퀴드는 쿠오인(QUOINE) 주식회사가 운영하는 암호자산 거래소로 JVCEA의 1종 거래소이며, 싱가포르에서도 PSA에 따라 라이센스를 획득한 거래소다.

같은 일본 거래소지만, 사업자 소재지 위치에 따라 관할법이 다른 탓에 비터즈는 국내 특금법 기준에서 보면 '신고 수리' 대상이다. 이는 BTCC도 마찬가지다.

국내에 사무실이 없어도 해외를 거점으로 국내서 영업하는 거래소도 신고 대상이다. / 자료=금융정보분석원
국내에 사무실이 없어도 해외를 거점으로 국내서 영업하는 거래소도 신고 대상이다. / 자료=금융정보분석원

▲ 금융정보분석원, 한국어 메뉴는 국내 영업으로 간주
이들은 거래소 홈페이지에 '한국어' 메뉴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이는 해외 사이트를 별도의 번역 프로그램을 실행해 한글로 표시하는 것과 달리 국내 영업으로 간주한다. 이러한 행위에 대해 금융정보분석원 측은 '외국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서를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정보분석원 관계자는 "본점이나 사무소가 국내에 없고, 실질적으로 국외에서 관리하더라도 가상자산 거래를 영업으로 하는 자면 신고서를 접수하는 게 맞다"며 "신고서를 접수하지 않고 영업을 강행한다면 이는 불법에 해당하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말했다.

A 거래소 관계자는 "현행법에 따르면 신고를 하고 심사를 거쳐 영업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이를 지킬 거래소는 드물 것"이라며 "원화마켓도 운영하지 않아 실명계좌도 필요 없고, 레버리지 거래를 앞세워 프로모션을 진행하면 국내 거래소와 비교해 형평성 논란을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바이낸스도 일본서 무허가로 영업하다가 일본 금융청에 적발돼 퇴출당했다. / 자료=일본 금융청
바이낸스도 일본서 무허가로 영업하다가 일본 금융청에 적발돼 퇴출당했다. / 자료=일본 금융청

이처럼 국내 특금법은 속칭 무허가 영업을 일삼는 해외 거래소를 확실히 규제할 수 있는 조항이 없지만, 일본은 다르다. 일본은 거래소 홈페이지에 '일본어' 메뉴를 별도 표기하면 허가받지 않은 거래소가 아니라면 '불법 영업'으로 간주해 즉각 퇴출한다.

퇴출에 따른 불이익은 현지에서 영업할 수 없으며, 일본 내에서 홈페이지 접속이 차단된다. 또 현지 영업을 위한 JVCEA 1종 회원, 1종 회원이 되기 위한 2종 회원 가입조차 힘들어진다. 그래서 바이낸스와 비트포렉스조차 일본 금융청에 적발돼 퇴출당한 바 있다.

일본 금융청에 따르면 Blockchain Laboratory, 바이낸스, SB101, Cielo EX, BtcNext, AMANPURI, Bitforex 등이 자금 결제법 시행 전후로 현지 암호자산 업계에서 퇴출당했다.

일본은 자금 결제법과 금융청이 즉각 퇴출하지만, 국내는 특금법과 금융위원회가 '신고 수리' 대상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한다. 불법 영업을 일삼는 해외 거래소를 대상으로 규제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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