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경제TV 칼럼] 둘 이상이 모이는 친목의 자리에서 오가는 대화는 거개가 '자랑'이다.

자기 자랑, 자식 자랑, 남편 자랑, 친척 자랑, 친구 자랑…

자랑의 요체는 경제력 과시가 대부분이다. 것도 적당히 하면 들어주겠는데 심한 수준이라면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그러나 누구도 "그런 말 자꾸 하는 이유가 뭔가요?"라고 따지지 않는다.

냉소적인 독설가인 니체는 인간의 교제를 호의적인 위장으로 본다. 사람들과 교제할 때에는 호의적인 척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진실을 까발린다면 관계는 바로 끝나버릴 수도 있다. 그것이 만화경 같은 삶의 한 단면이다.

늘 그렇듯 니체는 '인간의 지평'을 날카롭게 주목한다.

인간은 관계를 떠나서 살 수 없고 교제는 삶의 한 형식일 것이다.

잘 안다고 생각하는 친구에 대해 숙고해 본적이 있는가? 니체는 '가장 가까이 알고 지내는 사람들 사이에도 감정이 얼마나 다르고 의견이 얼마나 분분한지'를 환기한다. 인간의 '모든 우정과 동맹이 서 있는 이 땅은 참으로 불안정하다'고. 그러나 참고 견뎌야 한다고.

왜냐하면 우리의 모든 의견과 행동은 '구성된 것'으로 필연적이며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다. 니체의 강조점은 인간은 무죄다, 라는 사유다. 나와 다른 내 친구, 내 이웃의 의견과 주장은 그들을 현재의 그들로 구성해 온 환경의 산물인 것이다. 그것은 지금의 그와 뗄 수 없이 밀착된 경험들이 내적 필연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기에 그들을 비난할 수 없다.

나는 어떤가? 나도 마찬가지다. 나는 나의 역사의 형성물로서의 나인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그의 친구로 남기위해, 그는 나의 친구로 존재하기 위해 침묵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왜냐하면 서로에 대한 오류와 착각이 사라지는 순간 우정은 바로 깨지고 말테니까 말이다.

니체는 가장 믿는 친구가 나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상처받지 않을 인간이 있을까? 하고 묻는다.

"사실 우리는 우리가 아는 모든 사람을 비록 그가 가장 위대한 사람이라고 해도 경시할 타당한 이유들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이 감정을 우리 스스로에게 돌리는 데도 똑같이 타당한 이유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참고 견디려고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서도 참고 견디기 때문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1375절'

위대하든 평범하든 인간은 불완전하며 가변적인 존재이고 그것은 그의 탓이 아니다. 서로에 대한 환상을 깨버리지 않고 남겨 두는 것이 관계를 유지하는 방식이라고.

동일한 사태를 바라보는 다른 시각과 다른 해석은 살아온 내력이 다르다는 것을, 지금 딛고 서 있는 조건이 다르다는 것을, 경제적 입장이 다르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런 나에 대해, 그런 너에 대해 무지할 때 우리는 서로에게 충격 받고 관계는 와해된다. 서로의 상황을 인정하고, 적당히 위장해야 관계가 지속될 수 있다.

그렇고 그런 너를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나는 너를 친구라고 생각한다. 너도 역시 그렇다. 그러므로 니체에게는 엄밀히 말해 친구도 없고 적도 없다. 고독한 인간이 있을 뿐이다. 친구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아! 라고 비참하게 고통스러워 하지 말라! 친구라는 것은 있다. 다만 침묵하라!

비단 친구뿐이겠는가?

가족도 그렇다.

침묵이 친구를 가족을 그 자리에 존재하게 한다. 그것은 나에 대해서도 그렇다. 나는 나에 대해서 침묵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나 역시 같은 부류이니까 말이다.

내 초자아가 강해져서 나를 손가락질하기 시작할 때 멈춰! 라고 명령하자.

나를 단죄하기보다 침묵으로 위로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나는 무죄다!

성당에 가면 나는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내 탓이오'라고 고백한다. 아직 어린 내 딸은 영문도 모르고 종주먹을 불끈 쥐고 자기 가슴을 치며 '내 탓이오'를 따라 한다.

얘야! 네 탓이 아니란다. 네 탓이라고 널 몰아붙이면 결국 너와 같은 조건의 네 친구들 탓이라고, 이웃 탓이라고, 결국은 내 탓이 맞다고, 네 머리를 흔들고, 네 가슴을 내리치며, 절망할 수 있단다. 그러니 부디 네 탓도 친구의 탓도 이웃의 탓도 아니라고, 그것이 인간의 조건이라고 생각하거라

오호, 이거 참 편리하네!

'우리는 무죄'라고 외치는 기쁨이라니!

그러나 오.남용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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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 작가, '주부재취업처방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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