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경제TV 칼럼] 경제·사회 통계지표의 국제 비교는 여러 분야에서 널리 활용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비교가 빈번히 인용됩니다. 한국이 1996년에 가입한 이 기구는 현재 35개 고소득 국가들이 회원인 소위, '부자나라 클럽'입니다. 고소득 유럽 국가들이 절대 다수라 OECD 회원국 평균(이하 평균) 수치는 선진국의 모습을 반영한다는 맥락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OECD는 경제 분야 외에도 여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지표를 생성합니다. 선진국에서 일반적인 후생수준과 생활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에 관심이 높은 것을 반영한 결과지요. 회원국 사람들이 일과 여가에 얼마나 시간을 할애하는지, 사회 구성원 간 신뢰 수준이 얼마나 되는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자료를 볼 수 있습니다.


새 정부는 청년 일자리 만들기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왜 정부가 직접 고용을 통해서 청년 일자리를 늘려야 하는지를 뒷받침하기 위해 OECD 지표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청년 고용률이 OECD 평균에 비해 낮고 공공부문 일자리, 혹은 공무원 비중, 경제규모 대비 정부지출 비중도 작습니다.


청년 고용률은 OECD 평균이 50%대 중반인 데 비해 10% 포인트나 낮아 한국은 회원국 중 최하위입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지출 규모는 32%로 OECD 평균인 42%보다 낮고, 공공부문 고용은 전체 고용의 8%를 하회하며 21%가 넘는 OECD 평균과 큰 차이가 납니다.


올해 중 1만2천명을 선발하고, 임기 중 공공 일자리 81만 개를 늘리는 것이 대선 공약이었습니다. 11조 규모의 추경의 이유로도 공공 일자리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공무원들을 선발함으로써 우리나라가 직면하는 부담은 내년부터 본격화합니다. 기획재정부가 추산한 신규 공무원 관련 내년 소요 재원은 약 4500억 원입니다.


향후 공공 일자리가 더 늘면 경상 인건비뿐 아니라 연금 등 향후 장기간에 걸쳐 재정 부담이 크게 늘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 정책을 통해 나라의 모습이 어떻게 개선될지를 좀 더 명쾌하기 설명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두 가지를 짚어 봅니다.


첫째, 정부가 어떤 일을 더 할 것이기 때문에 공공부문 인력이 더 필요한지 명확한 그림을 제시해야 합니다. 한국 근로자들이 총근로시간 많기로 OECD회원국 중 멕시코와 1, 2위를 각축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공무원 과로사를 예방하기 위해 증원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사회복지 분야에서의 정부 역할 확대가 한 예입니다. 한국의 GDP 대비 공공사회복지 분야 지출 비중은 10% 수준으로 OECD회원국 중 34위로 작습니다. 이는 국가가 (지금보다 높은) 중간 수준의 복지를 제공하고 국민의 부담도 중간 수준으로 올리는 방향으로 가는 것을 뜻하겠지요.


이런 그림이 있으면 굳이 공공부문 고용이 전체 고용률, 혹은 경기 진작의 마중물이라는 억지스러운 주장을 내세울 필요가 없습니다. 공공부문은 사회적 편의와 후생증대에 기여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일이지요. 동시에 기업이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고용을 늘렸을 때와 비교해 유발되는 경제적 효과는 크지 않고, 따라서 민간부문 고용 유발효과가 미미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새내기 청년 공무원은 결혼, 주택마련을 위해 저축해야 하기 때문에 소비지출을 늘리지 않을 것입니다.


둘째, 새 정부는 그동안 OECD가 우리의 고용 사정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제시해온 권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노동시장 분절현상' 즉,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고용안정, 근로조건이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것을 한국 노동시장의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중 구조를 타파해야만 향후 일자리가 꾸준히 늘어날 것입니다.


정규직 보호와 처우는 그대로 두고 모두 정규직화를 통해 이중구조를 타파하겠다고 한다면 이는 민간 일자리를 계속 생육할 밭에 제초제를 치는 격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과감한 분절현상 개선으로 유연성과 안정성이 높아져 신규 청년 공무원들이 더 적성에 맞는 도전을 찾아 민간부문으로 전직하는 일이 드물지 않게 될 때 한국의 노동시장에는 활기가 넘치게 될 것입니다. 어쩌면 친노동 성향인 새 정부가 그동안 미루어왔던 노동시장 개혁의 적임자일 수 있습니다.


냉전이 한창이던 시절 철저한 반공주의자 닉슨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수교를 성사시킨 전례가 유사한 맥락에서 종종 언급됩니다. 독일 사회민주당의 슈뢰더 총리가 노동시장 유연화의 큰 변화를 가져온 개혁을 단행하여 그 이후 고용사정이 개선되는 데 기여한 것은 잘 알려져 일입니다.


통상 젊은이와 혁신을 좋아하는 여권 정치인들이 두 요소를 겸비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신진 세력의 혁명적 등장을 애써 외면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이는 마크롱이 이웃 독일이나 영국보다 자국의 실업률이 훨씬 높은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정규직 보호 완화와 공공부문 일자리 감축 공약과 무관치 않은 듯합니다.


마지막으로 OECD 회원국 중 노인 빈곤율 1위 자리를 벗어나기 위한 국가적 노력도 절실합니다. 2013년 기준 66세 이상 인구의 약 반 정도가 소득 빈곤층에 속합니다. 젊어서는 학교, 일자리 때문에 햇빛 못 보고 살다가 노년에 빈곤층이 되기 십상인 나라에서 누가 애를 낳고 싶을까요? 그래서 한국의 출생률이 OECD 회원국 중 제일 낮은 것인지 모릅니다. 여기서 논의되지 않은 여성인력 활용 제고 문제도 매우 심각한 과제입니다.


갈 길이 먼 새 정부가 이제 선거 모드에서 벗어나 향후 도모할 일의 순서를 심사숙고했으면 좋겠습니다.

* 본문에 인용한 프랑스 등의 통계 수치 (2013년, 또는 2015년 기준)는 다음과 같음.

프랑스: 청년 고용률 43.2%, 공공사회복지분야 지출 GDP비중 31.5%, 공공부문 고용 비중 18%.

15~24세 실업률: 프랑스 24.1%, 독일 7.0%, 영국 13.2%, 미국 10.4%, 한국 10.7%, OECD 평균 12.9%.

출생율 (total fertility rate): 한국 1.2, 프랑스 1.9, OECD 평균 1.7.

노인 빈곤율은 전체인구의 중위소득보다 소득이 낮은 66세 이상 인구가 전체 66세 이상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 한국 48.8%, 노인 빈곤율 차상위 국가 이스라엘 24%, 그리고 프랑스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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