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경제TV 칼럼] 공직 후보자 청문회에서 '위장 전입'이 부적격 이유로 자주 떠오릅니다.

이 기회에 주민등록법을 살펴보겠습니다. 주민등록법은 법률 제1067호로 1962.5.10.에 처음 제정됐더군요. 현재 법은 '주민의 거주관계 등 인구의 동태를 항상 명확하게 파악하여 주민생활의 편익을 증진하고 행정사무를 적정하게 처리하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습니다.

이 법으로 주민의 동태를 파악하여 생활의 편익을 높이겠다고 합니다. 법은 "30일 이상 거주할 목적으로 그 관할 구역에 '거주지'를 가진 사람(주민)은 이 법에 따라 등록하여야 한다. 90일 이상 해외에 머무르려고 출국하려는 경우에 신고해야 하며, 세대원 전원 또는 일부가 거주지를 이동하면 신거주지에 전입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신거주지에 전입을 신고하여야 한다. 주민등록 또는 주민등록증에 관하여 거짓의 사실을 신고 또는 신청한 사람은 3년 아래 징역이나 3000만 원 아래로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정당한 사유 없이 기간 안에 신고 또는 신청하지 않으면 5만 원 아래의 과태료를 매긴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를 좀 더 요약하면, "모든 주민은 어느 곳에 30일 이상 머무를 때는 등록해야 하고, 거주지를 옮기면 14일 안에 전입신고를 해야 한다. 등록을 사실과 달리 등록하면 형사로 처벌을 받고, 신고 기한을 넘기면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입니다.

청문회에서 문제가 된 것은 땅이나 집을 분양받으려고, 자녀에게 원하는 학교를 배정받으려고, 그곳에 살지 않으면서 서류로 주소를 옮긴 것이기 때문에 '위장 전입'이란 말을 쓰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갈 기회를 뺏은 것이니 주민등록법 취지에 비춰보면 분명히 위법 행위일 겁니다. 위법 행위를 했다면 그 때 죗값을 받게 해야 했고, 지금이라도 길이 있으면 처벌해야 하겠습니다.

다른 사례를 들며 몇 가지 질문을 던지겠습니다. ①시골에서 서울로 진학하여 하숙하거나 기숙사에 들어갔을 때, 거주지를 시골 주소에 그대로 둔다면 법 위반일까요? ②예전에 정부 대전청사에 근무하도록 발령을 받은 공무원, 지금 세종시로 옮아간 정부 부처에 근무하는 사람이 대전이나 세종시에 살면서 주소는 서울에 그대로 두고 있으면 합법일까요? ③수도권 분산 정책으로 정부 산하기관이나 공기업이 지방으로 옮아갔습니다. 지방에 근무하면서 주소는 서울에 그대로 있으면 괜찮습니까? ④지방법원으로 지방검찰청으로 발령받은 판사와 검사가 2~3년 동안 지방에 근무하면서 주소는 서울에 그대로 뒀다면, 처벌 대상은 아닐까요? ⑤다른 집으로 이사를 갔는데, 자녀 학교 배정은 주소지를 기준으로 받을 것을 생각해서 실제 이사는 갔지만 주소를 살던 곳에 그대로 두고 학교를 배정받고 난 뒤 전입신고를 했다면, 과태료 5만 원만 내면 마무리되는 것일까요? 저는 이런 사례를 '역 위장 전입'이라 부르겠습니다.

위장 전입은 적극적으로 법을 어겨가며 행동을 했다는 면에서 비난받아 마땅하겠습니다. '역 위장 전입'은 어떨까요? 사는 곳을 옮겨 가면 주소를 옮겨야 하는데도, 주소를 옮기지 않은 것은 법률 위반, 즉 불법일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역 위장 전입'은 문제 삼지 않고 있습니다. 이 행동으로도 피해자가 생깁니다. 위장 전입을 문제 삼는다면 '실제와 다른 주소를 그대로 두는 것'도 막을 장치가 있어야 하겠습니다.

위장 전입과 역 위장 전입 모두 찾아 벌을 준다면 우리나라 사람 가운데에서 이 법을 어기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하는 걱정도 생깁니다. 주민등록법은 독재시대에 주민을 통제하려고 만든 것이고, 다른 나라에는 이런 법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온 국민이 어기고 있을지 모르는 법이라면, 고쳐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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