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경제TV 칼럼] "보고 싶다, 정선아~~"
요즘 제 입에 붙은 말입니다. 지난 5월 중순경 강원도 정선에 다녀오고 난 후부터입니다.
'보고 싶다 정선아'는 '관광 정선', 정선 여행을 홍보하기 위해 정선에서 만든 일종의 구호, 캐치프레이즈입니다. 군 내 관광버스 옆구리는 물론, 각종 기념품, 선물을 담는 종이 가방에도 '보고 싶다 정선아'가 새겨져 있습니다. 마침 고장 이름이 정선인 바람에 이렇게 정겨운 말을 지어 부르게 된 거겠지요. 가령, '보고 싶다 영월아, 보고 싶다 울산아, 보고 싶다, 목포야' 라고 부르면 마치 여장한 남자처럼 어색하고 뜬금없이 들릴 테니까요.
정선 5일장과 레일 바이크, 짚 와이어(활강 레포츠), 화암동굴 등 정선의 명물이자 대표적 관광지와 관광 상품은 이미 잘 알려져 있으니 별도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그보다 저는 '정선의 이야기'에 귀와 눈이 열리면서 마음이 가고 공감이 갔습니다.
단종이 머물렀던 영월 등과 함께 유배지로서의 한의 이야기, 천지간 어디에 눈을 돌려도 산 산 산이니 연명을 위해 눈물과 땀으로 골짝골짝을 개간해야 했던 민초들의 시름 깊은 이야기가 숙연하고 애잔하게 다가왔습니다. 정선의 모든 이야기는 '정선 아리랑'에 '아우라지' 담기고 서려 모두의 신산한 삶에 내재되었고, 사회적 약자이자 태생적 '을'의 가락으로 삶의 위무와 풍자, 희망을 노래하는 곡조가 되었습니다.
진도 아리랑, 밀양 아리랑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아리랑이자 강원도 무형 문화재 1호인 정선아리랑을 극화한 한 시간 남짓의 공연 '정선아리랑극'은 가히 압권이었습니다. 8세 남짓한 아동을 포함하여 다양한 연령층의 군민들로 대거 구성된 공연단은 서울 등 대도시에 버금가는 격조 높은 공연장 수준에 걸맞은 기량을 펼치며 관객들을 감동의 절정으로 몰아갔습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국내 여행 정도는 철철이 다닐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되었고, 문화 유적지나 사연이 있는 볼거리에 눈을 돌리며 여행의 질도 점차 높여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주로 해외여행을 두고 하는 말이지만) 앞사람 뒤통수와 가이드 깃발만 보고 오는 지경까지는 아니라 해도 여전히 주마간산에 먹고 마시는 것 위주인 것이 안타깝습니다.
인생은 곧 이야기입니다. 여행을 인생에 비유한다면 여행도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는 이야기이되 시간 속에 숙성되고 역사 속에 곰삭아 맛깔스런 풍미를 지닌 인문적 이야기입니다. 인문이란 '인간의 무늬'라는 뜻이라지요.
인간의 무늬를 찾아가는 이야기는 길과 같아서 끝없이 이어지고 새롭게 의미를 부여받습니다. '보고 싶다 정선아'는 여행의 이야기적 속내와 고갱이를 담은 정감어린 표현입니다. 부디 정선의 이야기가 구수하게 구불구불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보고 싶다 정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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