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경제TV 칼럼] 지난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이후 우리의 대응조치에 관해 많은 얘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군의 전술핵의 재배치, 핵잠수함 도입 또는 건조, 자체핵무장 방안 등이 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방어용인 사드 미사일 배치를 둘러싸고 국론분열 상태인 나라에서 공격용 핵무기로 대응하겠다니 공허하게 들릴 뿐입니다.

이 중에서 가장 온건한 방법이 전술핵 재배치인데 미국 측이 거부의사를 밝히고 있습니다. 핵잠수함 도입은 천문학적 가격의 무기체계를 구매하는 것이므로 미국도 관심을 가질만 하겠지만 한반도 비핵화 원칙이나 핵무기 기술이전 차원에서 수용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핵잠수함 건조는 자체핵무장이나 같은 개념이므로 더욱 어려울 것입니다.

이런 방법은 미국만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5대 핵보유국 모두 반대할 것이므로 한국이 이런 대응책을 모색하는 것은 세계와 적대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은 우리의 처지가 북한과 같아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우리의 대응은 성과는 미적지근하더라도 유엔 등 국제사회와 공조해 대북제재를 하는 것뿐입니다. 북한이 국제적인 제재에 아랑곳없이 핵능력을 고도화하자 국제적 제재의 실효성에 의문이 커지면서 국민들 사이에 안보에 대한 불안감과 정부 대책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게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이라 하겠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미상호방위조약까지 의구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한반도 전쟁 발발 시 미군의 즉시 개입조항이 없다며 미군의 참전에 보름이 걸렸던 6·25 때와는 달리 수분 수초를 다투는 미사일 전쟁에 효과적으로 대응이 가능하겠냐는 의문입니다. 미국 대선의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발언으로 촉발된 미군철수 가능성을 거론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미군의 참전문제는 이념과 가치에 기반한 동맹의 의무 외에도 한국 내 미국의 이익보호 측면에서 봐야 할 것입니다. 동맹의 보호는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신뢰가 걸린 문제이기도 합니다. 한미 두 나라가 가치를 공유하는 사이라는 양국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지도자들의 거듭된 다짐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만약 핵공격을 했을 때 미국이 핵으로 보복을 가할 것이냐는 얘기도 나옵니다. 핵공격에 핵보복은 당연하다고 하겠으나 미국으로선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최초가 될 핵무기 사용에 신중을 기할 것입니다. 핵무기를 써서 안 된다는 지구적 약속을 저버린 상대에 합당한 응징은 핵보복이어야 합니다. 이 점에 여타 핵보유국들도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만약 미국이 북한에 대해 핵보복을 가할 경우 남한은 북의 핵으로, 북한은 미국의 핵으로 초토화 된다는 얘긴데 그것은 다름 아닌 민족과 한반도의 절멸입니다. 재래식 무기로 북한의 핵시설을 선제적으로 파괴하는 것이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한미동맹 못지않게 우리의 자력대응이 중요합니다. 공격용 방어용 모두 재래식 무기를 고도화해야 합니다. 사실 남북한은 재래식 무기만 다 써도 상대지역을 초토화하기에 충분한 규모의 화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북핵은 비대칭무기이지만 우리는 이제 비대칭무기를 무력화할 역비대칭 무력을 갖춰야 합니다.

그것은 선제공격력과 보복력을 정밀화·최대화하는 것입니다. 선제공격이나 기습공격은 우리가 북한으로부터 번번이 당해온 일입니다. 6·25, 천안함을 비롯한 모든 대남도발이 그랬습니다.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우리가 확실하게 보복도 못하며 줄곧 당하기만 했다는 데 있습니다. 이제 북한의 수법은 우리의 선택이 돼야 합니다.

북한이 순식간에 수십만의 인명을 살상할 수 있는 핵무기로 협박하는 상황에서 상대의 공격 낌새를 탐지해 선제타격으로 핵무기를 무력화하고, 보복력을 확실히 갖추는 것이 이른바 '확장억제력'이라고 하겠습니다.

북한의 핵개발은 김정은 체제를 끝장내지 않고서는 멈출 수 없는 단계에 왔다고 봅니다. 정서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체제유지 차원에서도 그렇습니다. 정서적인 측면에서 보면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가 핵개발을 하면서 당해온 고초를 생각하며 '어떻게 만든 무기인데...'라고 할 것입니다.

더욱이 김정은 대에 와서 포기했다가는 불효자 소리를 듣게 됩니다. 누가 권력을 잡든 김씨 성이 아닌 사람이 권력을 잡아야 핵무기는 유훈사업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정보력을 포함한 우리의 역비대칭무력도 '김씨 왕조'의 제거에 집중돼야 할 이유입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기술은 자체 진화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하겠습니다. 기술개발의 속도를 감안할 때 최초 개발된 지 70년도 넘은 핵무기 기술은 기술적 가치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외부적인 압력이 없다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무기인 겁니다.

북한 체제는 외부에 대한 증오로 유지되는 체제입니다. 증오의 주요 대상은 핵개발 제재에 앞장선 한국과 미국 일본입니다. 북한 당국에게 이 세 나라는 '북한이 강대국이 되려는 것을 방해하는 세력'입니다. 핵이 없으면 증오할 대상도 없어져 체제유지의 동력도 약화합니다.

그러나 북한의 핵보유는 자체에 약점이 있습니다. 북한은 김일성 이래 핵보유국이 되면 5대 핵보유국과 맞먹는 강대국이 될 수 있다고 선전했습니다. 핵보유 완성을 외치는 지금 북한의 실상이 바로 약점입니다. 먹고살 토대가 없이는 강대국은 어림없는 얘기입니다.

오도된 정보로 강대국 미망에 빠진 북한 주민들을 일깨워야 합니다. 민생은 도탄에 빠지고 공포정치는 가중되고 있습니다. 그것이 핵보유의 실상이라는 것을 첨단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 북한 주민들에게 전파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미 국무부가 의회에 대북정보 유입보고서를 냈습니다. IT강국으로서 우리 정부는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핵무기는 냉전시대의 유물입니다. 오늘날의 핵은 평화적 이용이 대세입니다. 원자력발전을 비롯해 제조·서비스업을 막론하고 핵에너지를 이용하지 않는 산업분야가 없습니다. 북한은 그런 핵의 평화적 이용경험도 없이 무기화 하나에 매달린 나라입니다. 원전 하나도 없이 실험용 원자로 하나를 이용해 핵무기원료를 추출하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미국 클린턴 행정부 때인 1995년 시작돼 2006년 부시행정부 때 폐기될 때까지 10년 넘게 추진됐던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업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함경남도 신포에 원자력발전소를 짓는 이 사업이 성공해 북한이 핵의 평화적 이용의 혜택을 맛볼 수 있었더라면 한반도 상황은 지금 같지는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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