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경제TV] 지난 9월 2일 삼성전자는 배터리 결함이 확인된 갤럭시노트7의 전량 리콜을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문제가 된 모델에 대해 구매시기와 상관없이 전부 신제품으로 교환해주기로 했다. 세계시장에 판매된 갤럭시노트7 250만대 전량을 리콜하겠다는 뜻으로, 금액만도 1~2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후 국내 대부분 언론사들은 '통큰 리콜' 이라며 삼성전자에게 강한 신뢰감을 심어주었다.

이번 발화 논란에 휩싸이게 된 배경은 제품 폭발의 문제다. 즉, 품질 자체의 결함이 있다는 거다. 리콜 발표 이후에도 한국과 미국, 호주 등 출시 10개국에서 잇따라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심지어 미국, 홍공, 싱가포르, 호주 등 민간 항공사들은 갤럭시노트7을 수하물로 부치는 것까지 금지하며 사실상 폭발 위험물로 간주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언론은 제품 자체의 결함보다는 삼성전자의 통큰 리콜을 강조한다. 의사결정권자의 리더십과 연구진들의 기술 자존감, 소통력을 부각시키며 제품의 결함보다는 오히려 삼성전자의 운영의 묘미와 신뢰감을 강조한다.

이러한 현상을 '프레임'이라고 한다. 프레임은 창문이나 액자의 틀로서 상대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을 내가 선호하는 것으로만 제시하여, 어떤 결과라도 내가 만족할 수 있는 결정으로 만들려는 전략적 선택이다.
심리학자인 솔로몬 애쉬(Solomon Asch)는 다음의 실험을 통해 심리적 속성이 얼마나 애매한지를 잘 보여준다. 그는 A와 B조건의 실험 참가자들에게 다음의 정보를 순서대로 주었다.


똑같이 총 6개의 정보를 주고 A조건과 B조건의 해당되는 사람의 인상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분석 결과 A조건에서 형성된 인상이 B조건에서 형성된 인상보다 훨씬 더 호의적이었다. 처음 보여지는 단어가 그 사람의 전체적 이미지로 해석하다. 즉, A조건은 '지적이다'라는 긍정의 프레임이, B조건은 '질투심이 강하다'는 부정의 프레임이 작용되었기 때문에 정보를 해석하는데 영향을 주게 되었다. 위 삼성전자 사례에서 통큰 리콜은 긍정의 프레임으로 작용하게 된다.

만약 내가 상대의 프레임에 갇혀 버린 경우에는 어떻게 빠져 나올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상대의 프레임은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양자택일의 함정으로 다른 대안을 생각해내지 못하게 한다. 일종의 '마비 현상'을 뜻한다. 이런 경우 상대의 제안이 나의 욕구에 충족하는가를 판단해야 한다. 즉, '이것 또는 저것'이라는 요구에 얽매이지 말고 그 제안이 정말 나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지를 판단해야 한다.

어떤 프레임으로 제시되더라도 똑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이 바로 경제적 지혜의 핵심이다. 자신의 선택이 잘못된 것 같을 때 자신의 잘잘못을 탓하기 보다는 그 선택이 어떻게 프레임되어 있는지부터 살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아무쪼록 '품질의 삼성'이 하루빨리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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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경영연구소 대표 정인호


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는 경영학 박사 겸 경영평론가다. 현재 SERI CEO 전문강사, 한국표준협회 수석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글로벌 기업 및 공기관 등 1000여 곳의 기업과 기관에 강의와 컨설팅을 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협상의 심리학', '소크라테스와 협상하라', '다음은 없다', 'HRD 컨설팅 인사이트', '당신도 몰랐던 행동심리학'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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