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경제TV 칼럼] '도둑이 도리어 몽둥이 든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이런 현상을 부쩍 자주 봅니다.

소송을 하려면 법률가를 대리인으로 선임합니다. 법률상 대리인의 행위는 본인이 한 것으로 봅니다. 대리인이 잘못한 행위도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사건의 본인(의뢰인)은 소송이 진행되는 상황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현실에서는 대개 대리인에게 모두 맡겨둡니다. 대리인에게 일을 맡긴 것이므로 대리인은 의뢰인의 요구에 충실해야 합니다. 사건을 맡고 나면 상황이 뒤바뀝니다. 대리인은 의뢰인에게 이래라저래라 요구를 많이 합니다. 간혹 지나친 증거를 요구할 때도 있습니다. 사건이 잘못될 때를 대비한 행동이 아닌가 의심스럽기도 합니다.

대리인은 사건 진행 상황을 의뢰인에게 충실히 보고해야 함에도 잘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일을 처리하고난 뒤에는 처리 내용을 의뢰인에게 알려주는 것이 정상인데 그렇지 못합니다. 변호사와 협업으로 사건을 진행할 때, 법원에 제출한 서면의 사본을 달라고 요구하니, 그걸 왜 주냐고 되물어서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그 일을 겪고난 뒤부터 일을 시작하기 전에 꼭 서면으로 알려줄 것을 다짐받습니다.

의뢰인 생각과 대리인 생각이 서로 다를 때도 의뢰인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대리인이 법정에서 사실과 다르게 진술하면 어떻게 대응합니까? 이럴 때는 본인이 법정에서 대리인이 진술한 것을 취소하고 바로잡을 권한이 있습니다. 이렇게 하려면 본인이 되도록 법정에 같이 가는 게 좋습니다.

의뢰인과 대리인 관계는 위임계약으로 정합니다. 대개 정형화된 위임계약서에 동의하도록 요구하기 때문에 의뢰인에게 불리하게 계약하기 쉽습니다. 사건을 진행하다가 일 처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 대리인을 바꾸려고 할 때가 생깁니다. 기존 대리인을 해임하고 새 대리인을 선임해야 하는데, 위임계약서에는 이럴 때도 성공보수금을 주게 되어 있습니다.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해서 해임당했다면 성공보수금을 달라고 할 면목이 없을 텐데, 그런데도 달라는 사람도 있나 봅니다. 위임계약을 맺으면서 꼭 짚어야 할 항목입니다.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합니다.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입니다. 행정권한은 국민이 공무원에게 위임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공무원은 국민을 섬기고 받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공무원은 국민에서 받은 권한으로 국민을 x.xx로 취급합니다. 거꾸로 공무원이 국민을 윽박지릅니다. 최근 영사관이 신변 보호를 요청한 재외국민에게 '내가 경호원이냐'며 막말한 것도 그런 연장선에 있습니다.

의뢰인과 대리인의 관계, 국민과 공직자의 관계는 '주인-대리인 이론(principal-agent theory)'이라는 말로 설명합니다. 주인은 심부름꾼에게 일을 시켰고, 심부름꾼은 주인의 이익에 맞게 행동해야 합니다. 그런데 심부름꾼이 더 많은 정보나 지식을 갖다보니 주인의 이익이 아니라 자기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일이 생깁니다. 주인이 되레 심부름꾼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정상이 아닙니다.

주인과 심부름꾼의 자리가 뒤바뀌어, 심부름꾼이 주인을 호령하는 모습은 비정상입니다. 비정상은 바로 잡아야 합니다. 주인은 성실하고 유능한 심부름꾼을 뽑아야 합니다. 또, 주인은 정보와 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대리인에게 사건 관련 정보를 요구하고 대리인과 법정에 같이 나가십시오. 국민은 공무원이 처리하는 일의 정보를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정보를 분석하여 제대로 처리되고 있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머슴이 알아서 잘하면 좋겠지만, 요즘 형편을 보면 기대하기 어렵겠습니다. 머슴이 잘못해도 주인이 책임져야 합니다. 머슴인 공무원이 잘못하면 끝내 그 짐은 국민에게 돌아옵니다. 어쩌겠습니까? 머슴이 제대로 잘할 때까지, 주인이 꾸준히 감시해야지요. 마침 국정감사철도 다가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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