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오늘은 무슨 색입니까?' 저자 안진의 작가. (사진=이한수 기자)

[서울=내외경제TV] 이한수 기자 = '소리에도 색이 있고, 마음에도 색이 있다'고 말하는 한 권의 책이 일상에서 마주치는 색을 새롭게 보게 만든다.

우리는 늘 색채에 둘러싸여 있지만, 잘 느끼지는 못한다. 지난 2일 출간된 '당신의 오늘은 무슨 색입니까?'는 우리가 이제까지 몰랐던 색의 비밀을 소개했다.
18일 늦은 오후 촉촉이 포도를 적시는 빗속을 걸어 서울 옥수동 작업실을 찾았다.

저자 안진의 작가는 최근 시작한 '꽃과 문명'이라는 작업을 시작했다. 작업실 전체가 조명 빛을 흠뻑 받아 색채 가득한 화원이다. 안 작가는 '제비꽃' 환한 웃음으로 기자를 맞았다.

홍익대학교에서 미술대학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색채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안진의 작가는 현재 36회의 개인전을 개최하는 등 현업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며 '꽃 그리는 화가'로 불리고 있다.

화가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데, 어떻게 글을 쓰게 됐는지 묻자 "화가이고 색채를 전공해서인지 색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다"며 "사람, 사물, 사건 등을 볼 때도 색으로 변환해서 떠올리는 습관이 있으며, 색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일들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이어 "색이라는 것을 통해 우리의 일상, 삶의 모습을 바라보는 글을 통해 독자들이 새롭게 세상을 읽고 느껴볼 수 있기를 희망했다"라고 펜을 잡은 이유를 설명했다.

▲"색이라는 것을 통해 우리의 일상, 삶의 모습을 바라보는 글을 통해 독자들이 새롭게 세상을 읽고 느껴볼 수 있기를 희망했다"는 안진의 작가의 책. (사진=이한수 기자)

글의 주제로 '색'을 잡은 안 작가에게 과연 색은 무엇일까?
"색은 언어"라며 "색이 걸어오는 말을 그림이나 글로 구체화시키는 작업을 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안 작가에게 선호하는 색을 묻자 '파란색'이라고 주저 없이 답한다. "흔히 파랑이라고 하면 부정적 색채심리로는 우울한, 병적인, 냉정한 등의 의미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긍정적 색채심리로 이상, 변하지 않는 진리를 연상 한다"고 말했다.

또 "선호색이란 그 색을 보거나 생각할 때 자신을 보호하고, 기분도 UP 해줄 수 있다"며 "선호색을 잘 활용하는 것은 그만큼 삶의 질을 높이고 향유하는데 도움이 된다"며 "선호색이 잠재의식 속에 있다 보면 그 색으로 이루어지는 모든 것들이 사랑스러워지고 즐거움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안 작가의 신간·칼럼을 살펴보면 글이 깔끔하다. 어떻게 이정도의 글 실력을 갖게 됐는지 묻자 "학창 시절 선생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중학교 국어 선생님께서 편지쓰기를 권하셨다"며 "맞춤법을 고쳐주셨을 뿐 아니라, 답장 속에는 어린 학생의 뜻을 존중해주는 사랑이 넘쳤다"라고 말했다. "그 기대에 보답하고자 글을 잘 쓰려 노력해왔고, 그러다보니 여러 매체에 정기적으로 기고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글을 잘 쓰는 게 아니라고 겸손해하며, 자신에게 글은 '수행'과 같다고 말했다.

"글을 쓰는 건 너무나도 어렵다"며 "그림이 제한 없이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면, 글은 내 감정을 조절하고, 태도를 점검하는 수행 도구와 같다"고 말했다. 반면 그림은 "나에게 꼭 맞는 옷과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림의 표현이 훨씬 자유롭긴 하지만 타인과의 소통에 있어서 글은 보다 구체적이며 그 반응이 즉각적인 매력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안 작가에게 그림은 자신을 위로하는 존재다. 때문에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면 불행했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늘 소재로 등장하는 꽃은 "자신의 감정과 상태를 대신하는 작품 속의 아이콘"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작가의 감정과 마음의 결을 드러내는 상징물인 것이다.

작가는 "나의 꽃은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며 "나의 그림 속에서는 전구, 의자, 컵과 같은 물건들이 꽃으로 그려진다. 이러한 물건들은 문명을 상징하며 또한 소통의 도구다. 전구를 켜는 일, 의자를 내미는 일, 한 컵 차를 내놓는 일, 모두가 소통을 바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또한 문명이 가야할 길은 곧 자연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오늘 같이 비가 오는 날 나는 파랑이다"라고 말하는 안진의 작가. (사진=이한수 기자)

마지막으로 안 작가의 오늘은 무슨 색인지 묻자 "나에겐 오늘 같이 비가 오는 날은 파랑이다"라며 "파란색 가운데 명도와 채도의 혼합이라는 톤으로 이야기 하자면 진한 파랑이다. 그 파랑은 그리움의 색이다"라고 말했다.

"그리움이라하면 왠지 우울할거 같은데, 그리움도 반복이 되면 익숙해지는 것 같다. 체념이기 보다는 포용이라는 측면에서 원대하고 깊은 파랑이다"라고 환하게 웃었다.

안진의 작가는 저서 '당신의 오늘은 무슨 색입니까'를 통해 자신만의 색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심어줬다.

아직도 작업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다. 우산을 직접 건네는 안 작가의 하얀 손짓에 '파랑' 물감이 배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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