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현지에서 본 2015년 한국과 일본을 잇는 사람들

▲K-POP 가수 '인피니트' 일본 팬클럽 회원인 유카라 씨.

[도쿄=내외경제TV] 최윤정 기자 = 이른바 황금연휴라고 불리는 골든위크가 시작되는 5월의 첫 주말, 간호사이자 두 아들의 어머니, 한류팬인 히비 유리카씨의 자택을 방문했다.

최근 여성의 워크라이프밸런스 문제에 관한 사회적 담론이 확장되고 있지만 일하는 여성들에게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 오늘, 많은 여성들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워크-라이프-밸런스의 모범답안을 마주한 느낌을 받았다고 하면 지나친 과장일까. 한류 콘텐츠가 일본의 한 여성의 삶과 그녀의 가정에 어떻게 자리매김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모처럼의 휴일을 인터뷰에 할애해 준 히비씨에게 지면을 통해 감사인사를 드린다.

인스피리트(인피니트 팬클럽) 회원 간호사 히비 유리카씨 인터뷰

"한류를 통해 일과 육아 이외에 '자신'이라는 영역을 발견. 지금은 엄마, 아내, 그리고 제 자신이 서로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다 느낌이 듭니다"

- 안녕하세요.지금은 한국 아이돌그룹 인피니트의 팬이신걸로 알고있습니다. 케이팝과 한류를 처음 접하게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드라마로 시작됬는데 7~8년 전쯤 지금의 직장 동료가 한국드라마 [궁]을 빌려줘서 보게 됬어요. 이전에도 NHK에서 '대장금'을 보기는 했지만 본격적으로 보기 시작한 건 '궁'이 처음이었던것 같습니다. 동료가 적극 추천해 줘서 보게 됐어요. 그러면서 자연히 드라마 사운드트랙에도 관심을 가지게되고 버라이어티라던지 음악방송도 보게됐죠. 그때쯤 빅뱅의 '하루하루'가 일본에서도 발매돼 듣게됐는데 노래를 정말 잘하더라구요. 그래서 YG의 음악을 들으면서 K-POP에 빠져들게 됐죠. 그런 과정을 거쳐서 2011년 이후부터는 인피니트를 본격적으로 응원하고 있습니다.

- 왜 인피니트를 좋아하시나요?

개인적으로 댄스 보는걸 좋아하는데요. 인피니트는 댄스가 훌륭합니다. 그중에서도 호야, 동우라는 멤버가 정말 춤을 잘 추죠. 정말 멋져요. 그리고 다른 그룹들에 비해서 랩도 그닥 많지 않고 전반적으로 곡도 참 좋습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큰 매력은 무대위의 퍼포먼스와 무대 밖에서의 갭이라고나 할까. 정말 좋은 아이들인것 같습니다. 인간적으로 존경할 정도에요. 특히 제가 제일 좋아하는 동우라는 멤버가 하는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와닿습니다. 아주 긍정적이고 좋은 말을 많이 하는데, 동우씨가 하는 말은 한국어를 잘 하는 분들도 번역하기가 어렵다고 할 정도로 독특해요. 그리고 한국 아티스트들은 정말 어른스럽고 믿음직합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항상 저도 제 아들들을 잘 키워야겠다고 생각해요. 또 부모님께 효도하는 모습도 보기좋구요. 인피니트 멤버의 부모님이 경영하시는 가게에 가서 식사도 하고 부모님들과도 얘기한 적도 있어요. 멤버들이 다 제 아들또래이기때문에 멋있다, 설렌다..라는 느낌보다는 열심히 하는 젊은이들을 응원하고 싶다..라는 느낌이 더 강한 것 같습니다.

- 주위에 팬 친구들도 많이 있으신가요?

트위터를 하기 시작하면서 같은 그룹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이 생겨서 같이 콘서트도 보러가고 콘서트장에서 만나기도 합니다. 그런 연결고리가 생겨서 정말 즐거워요. 다들 가까이 살지는 않지만 라이브를 보러가면 만날 수 있으니까요.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것도 라이브의 또 하나의 즐거움이죠.

- 팬들은 주로 어떤 분들인가요?

물곤 제 나이또래 분들도 계시지만 주로10대, 20대가 많고, 제 나이또래의 엄마와 딸이 같이 라이브를 보러 온다던지, 엄마는 다른그룹의팬이고 딸은 인피니트팬이라던지 이런 케이스도 많아요. 저도 10대, 20대 친구들이 보면 엄마뻘의 나이니까 저를 '엄마'라고 부르면서 서로 사이좋게 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인피니트 팬클럽이 '인스피리트'인데 인스피리트간의 교류가 정말 각별합니다. 팬들이 같이 기획해서 콘서트때 꽃을 보낸다던지 팬들끼리 편지나 선물을 교환한다던지. 개중에는 스스로 기획해서 제작한 굿즈를 나눠주는 분들도 계시구요. 저는 대개 과자를 가지고 간다던지 합니다. 제가 아들만 둘이라 이런 잔재미는 없었는데 어린 친구들한테 편지를 받으니까 정말 기쁘더라구요. 일본 아이돌 팬클럽에도 가입한 적이 있었지만 팬들끼리 이렇게까지 깊이 교류한 적은 없었어요. 어쩌면 제가 모를 뿐이지 다른 일본 팬클럽회원들도 이렇게 교류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팬들간의 깊은 유대관계는 K-POP특유의 문화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습니다. 저는K-POP을 몰랐던 시절로는 이제 돌아가지 못할 것 같아요. K-POP 인구도 일본의 쟈니즈 등에 비교하면 그렇게 많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 다 같이 응원하자, 서로 친하게 지내자, 이런 감정이 강하게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 팬들과의 교류를 더 즐기시는 같은 인상을 받습니다.

가끔 따님이랑 같이 전국투어를 다니시는 분들을 보면 부러울 때도 있어요. 저는 딸이 없어서 딸같은 친구들이 사이좋게 대해주면 정말 기분이 좋죠. 공통의 화제, 취미가 있으니까 대화를 하더라도 신나고, 꼭 콘서트가 아니라도 가끔 같이 모여서 밥을 먹기도 합니다. 그리고 최근에는K-POP 커버댄스를 하는 여학생들과도 사이좋게 지내는데 인피니트라는 공통분모 이외의 부분에서도 교류의 장이 점점 넓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정말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한국 드라마나 K-POP을 좋아하지 않았더라면 여기저기 다니지도 않았을테고 콘서트나 이벤트에 가지도 않았겠죠. 아마 서울에 갈 일도 없었을 거에요.

- 드라마도 계속 보시는가요. 특히 기억에 남는 드라마를 꼽으신다면"

지성씨가 주연한 '뉴하트'를 꼽고 싶네요. 지금도 배우중에는 지성씨를 제일 좋아합니다. 제가 간호사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병원내에서 벌어지는 인간 드라마가 인상적이었고 처음으로 좋아하게 된 드라마라서 저에겐 특별한 드라마라고 할 수 있죠. 최근에는 '응답하라 1997'에도 인피니트 멤버가 나와서 보게 됐는데 인터넷으로 본 후에 DVD도 샀어요. '응답하라 1994'도 재밌다고 친구가 DVD를 빌려줘서 지금부터 볼 예정입니다. '응답하라1997'에는 부산 사투리가 많이 나오잖아요. 그때부터 부산 사투리에 흥미가 있었는데 우연히 얼마전 한국어학습지 HANA에서 주최하는 부산사투리를 써 보는 이벤트가 있어서 다녀왔습니다. 친목회에도 참가했는데 정말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예전에 부산은 한번 가본적이 있는데 또 가보고 싶어졌어요. 중급, 고급 레벨 분들이 많아서 저는 많이 얘기는 못했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 일본 드라마는 별로 안보시나요?

최근은 한국드라마를 보느라 일본드라마를 볼 시간이 별로 없네요. 가끔 보기는 하지만 1주일에 1화씩 시간도 짧으니까 뭔가 좀 부족한 느낌이 드네요. 아이들은 일본방송을 많이 보긴 하지만 각자 방에 티비가 있으니까 애니메이션이나 각자 보고싶은 프로그램은 티비로 녹화해서 보고 저는 거실에서 제가 보고싶은 걸 봐요. 저녁식사때는 주로 뉴스나 버라이어티를 같이 봅니다. 한국 드라마는 보면서 집중하고 싶으니까 되도록 혼자보죠. 그래도 제가 여기서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아이들이 가끔 와서 같이 보기도 해요. 애들이 그사람 어떻게 됐어?라고 물어보기도 하고. 그래도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인피니트 멤버를 자기도 좋아한다고 말해줄때는 정말 기쁘죠.

- 단란한 가족의 표본인것 같습니다.

장남은 대학생이니까 알아서 해야할 일 다 하면 놀 수도 있는거고 본인한테 맡깁니다. 그래도 아직 둘째가 어려서 제가 공부를 봐줘야 하지만 제가 집을 비우거나 하는데는 별 문제가 없어요. 형도 있고 하니 외출이 많이 자유로워졌어요. 덕분에 서울 여행도 가고 할 수 있죠.

- 조만간 한국 갈 예정이 있으신가요?

이번달 한국에서 열리는 드림콘서트를 보러 갈 예정입니다. 이번에는 휴가를 좀 길게 내서 천천히 구경도 하고 뮤지컬도 보고 오려고 생각중입니다. '빨래'라는 뮤지컬인데요. 일본에서도 책도 나왔어요. 일본어 자막을 상영하는 날이 정해져 있는데 그 스케쥴에 맞출 수 있을것 같아서 보고 오려고 생각중입니다. 대학로에서 하는 뮤지컬인데 같이 가는 친구는 뮤지컬에는 관심이 없어서 대학로에는 혼자 갈 생각입니다.

- 최근 엔저로 한국관광객이 많이 줄고 있는데요.

솔직히 예전에 비하면 좀 힘들죠. 그래도 명품쇼핑을 한다던지 사치를 하는게 아니고 일본에서 생활하는거랑 별 차이가 없으니까 크게 게의치 않습니다.

- 아드님들이 어느정도 자라서 육아쪽으로 시간적 여유가 생기신 것도 다행인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제가 일일이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나이가 됬기 때문에 제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큰것은 사실이에요. 타이밍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제 남편도 제 취미생활을 당연한 부분으로 받아들여 줍니다. 물론 K-POP 콘서트에 같이 가거나 하지는 않지만 콘서트 끝나는 시간에 데리러 와주기도 하고, 취미가 생긴건 좋은 일이라고 인정해줍니다. 남편도 남편대로 취미가 있고, 각자 서로의 취미를 존중하는 스타일이라고 할까요. 이번에도 좀 길게 서울에 가는데 절대로 "그럼 밥은 어떻게 할건데?"라고 하지 않아요. 어떻게든 할테니까 잘 다녀오라고 하죠. 물론 저도 냉장고에 반찬을 만들어 놓기는 하지만... 그런 면에서 다른 가정에 비해서 남편이 많이 도와주고 이해해 주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남편에게 고맙게 생각합니다.

- 서울에도 가족이 같이 가시면 좋으실텐데요

실은 첫 서울여행은 남편과 같이 갔어요. 드라마 '뉴하트' 촬영장에도 갔었는데 그때도 남편이 지도를 보면서 안내해줬죠. 애들도 한국에 가보고 싶다고는 하는데 항상 일정이 안맞네요. 언젠가는 가족이 다 같이 갔으면 좋겠어요.

- 한류를 계기로 변한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제 자신 지금까지는 일도 바빠서 일과 육아 뿐인 생활이었어요. 그런데 한류를 접하면서 거기에 제 자신이라는 부분이 생겼습니다. 여태까지는 일과 육아 이외에 제 자신이 몰두할 수 있는 대상이 없었는데 지금은 엄마, 아내, 그리고 제 자신이 서로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K-POP 콘서트라던지 드라마를 볼 때, 한국여행을 갈때는 제 자신이라는 영역이 좀 더 강하게 발휘되는 것 같습니다. 제 자신에 집중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지금은 하루하루가 즐거워요. 한류를 접하지 않았다면 한국어도 접할 일도 없고 이렇게 한국어공부까지 하게되지도 않았겠죠. 그래서 기회가 있으면 많이 써보려고 노력해요. 한국어를 더 공부해서 악수회에서도 얘기해봐야지, '드라마도 한국어로 들을 수 있게 되면 좋겠다'이런 생각을 하면 저절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과정으로 인해 제 자신이 풍요롭고 충만해진것 같습니다. 그게 제일 큰 변화가 아닐까 싶네요.

- 취미로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함으로인해 일과 가정 또한 충실해 지는 긍정적인 순환인것 같습니다.

저에게 일은 돈을 버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일로 인한 보람도 큽니다. 그렇다고 해서 일이 전부도 아니에요. 그래서, 여기까지 하면 한국에 갔다 와야지, 이 돈으로 서울에 가자... 그런 제 나름의 기분전환, 숨고르기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가끔 취미에 너무 몰입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잘 조절하고 있기다고 생각하기때문에 만족감도 크고 즐겁습니다.

- 엄마가 즐겁게 일하고 생활하시는 걸 보면 아드님이나 남편께도 좋은 영향을 끼칠 것 같습니다.

그런 부분도 있겠죠. 말로는 "또 보네"라고 하지만... 저번에는 제가 인터넷 방송 시청하는 법을 잘 몰라서 헤메니까 장남이 거들어줘서 인피니트의 인터넷 생방송을 볼 수 있었어요. 고마운 일이죠.

- 한국과 접하는 빈도가 다른 일본분들에 비하면 높은 편이시라고 생각됩니다. 그런 입장에서 올해 한일국교 50주년과 앞으로의 한일관계를 어떻게 보시는요.

저는 정치에 대해서 잘 모르는데다 지식도 부족하기때문에 더 공부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먼저 단순히 한국분들이랑 친구가 되고싶은 마음이 큽니다. 한국분들과 친구가 되고 싶으니까 한국어도 더 공부하고 싶은거죠. 올해들어서 2~3년정도 중단했던 한국어공부를 다시 시작했어요. 부산사투리 이벤트에 갔을때 우연히 만난 근처에 사시는 분이 한국어 써클을 운영하신다고 해서 그 서클에 가입했죠. 먼저 한국어를 공부해서 한국분들과 대화를 하는것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장남이 다니는 학교에도 한국인학생이 있거나 일 관계로 건너건너로 아는 사람이 한국인이라던지... 꼭 K-POP과 관계없는 부분에서도 우연히 한국친구가 생긴다거나 일상생활에서 한국인들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먼저 가까이 있는 한국분들과 대화할 수 있으면 좋겠고 거기서부터 서로를 알아가면 좋지 않을까 생각니다.

-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가까운 시일내에 꼭 한국에 가족여행을 가시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한국어 공부도 즐겁게 지속하시길 바랍니다.

日 도쿄 특파원=최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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