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서 회장직, 부회장직 신설 안건 통과…‘찬성 95%’
설립자 손녀 유감 표시…“할아버지의 창립 원칙과 멀어지고 있는 것”
특정 후보 내정 의혹에 사측 ‘부인’…“특정인 선임 내정 사실 없어”

유한양행 사옥 전경. (사진=유한양행 홈페이지)
유한양행 사옥 전경. (사진=유한양행 홈페이지)

ㅣ내외경제TV=김민호 기자ㅣ유한양행이 28년 만에 회장·부회장 직제를 부활시킨다.

1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지난 15일 주주총회를 통해 회장직과 부회장 직제를 신설하는 안건에 찬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는 전체의 68%로, 이 중 95%가 정관 변경 안건에 찬성했다.

유한양행은 오는 2026년까지 글로벌 50대 제약사 반열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하고, 글로벌에 맞춰 직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유한양행은 지난해에도 김열홍 연구·개발(R&D) 전담 사장, 이영미 R&BD(Research & Business Development :사업화연계기술개발) 본부장 / 부사장 등 임원급 인재를 영입하면서 변화를 시도했다.

앞서 유한양행은 설립자인 유일한 박사와 그의 최 측근인 연만희 전 고문을 제외하고는 회장직을 부여한 적이 없다. 자수성가한 오너의 경영 승계가 당연시되던 업계의 성향과는 달리 유한양행은 경영권과 소유를 철저히 분리해 ‘주인 없는 회사’, ‘모두가 주인인 회사’로 명맥을 이어간 것이다.

회장과 부회장 선임 등에 대한 내용이 담긴 정관 개정안이 주주총회를 넘어서자 안팎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업은 사회의 것’이라는 유 박사의 창업 이념과 어긋난다는 것이다.

회장직 부활에 관한 안건이 상정되자 유 박사의 손녀 유일링 유한학원 이사가 미국에서 한국까지 넘어와 주주총회에 모습을 드러내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유 이사는 “유한양행이 할아버지의 창립 원칙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기업의 특색을 잃게 된다는 지적과 유한양행 측이 특정 후보를 내정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유한양행이 설립자의 기업이념을 깨고 직제를 부활시킨다면 기업의 성장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며 “28년 동안 잘 운영되던 회사에 갑작스러운 변화를 주는 것이 특정 후보를 내정해 두고 진행된 것이 아니냐”고 의혹을 밝혔다.

다만 유한양행 측은 아직 내정된 특정 후보는 없으며, 회장직을 새로 선임하더라도 임원의 일부로 회사를 운영하는 데 도움을 줄 뿐이라는 입장이다.

조욱제 유한양행 사장은 “회장과 부회장 신설은 다른 목적이나 사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에 제 명예를 걸고 말씀드린다”라며 “회장과 부회장을 두더라도 임원의 일부로 회사를 위해 일할 뿐 특권을 주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유한양행 측 관계자는 “회사의 목표인 글로벌 50대 제약사로 나아가기 위해 선제적으로 직급 유연화 조치를 하는 것이다”라며 “사업 규모 확장을 위한 신사업 등을 고려해 고위 임원급 임직원이 늘어날 것을 고려해 문을 열어놨을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일부 거론되고 있는 특정인의 회장 선임 가능성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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