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계열사 샤니의 포켓몬빵 스티커 (사진=내외경제TV)
SPC 계열사 샤니의 포켓몬빵 스티커 (사진=내외경제TV)

[내외경제TV] 김민호 기자=최근 ‘파리바게뜨’ ‘파리크라상’ 등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K-베이커리의 위상을 떨치고 있는 SPC그룹에 온갖 악재가 겹치며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주변 지인들에게 SPC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 열에 여덟, 아홉은 ‘불매’라는 반응을 보인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제빵업계 관심사를 뽑는 여론조사 등에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뚜레쥬르, 파리크라상, 신라명과 5개 제빵업체가 부동의 상위 다섯 손가락을 굳건하게 지켰고 그 중 3가지를 점유할 만큼 SPC의 위엄은 엄청났다. 국내 제빵업계 1위라는 타이틀이 어울리는 것을 넘어서 당연한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년 초만 해도 재출시한 ‘포켓몬빵(띠부씰)’의 인기로 집 앞 편의점에는 이례적인 품절 문구가 붙었고, 대형마트는 영업 시작과 함께 사람들이 포켓몬빵을 사기 위해 줄을 서다 달려가는 속칭 ‘오픈런’이라는 단어를 사람들에게 각인시킬 만큼 파급력이 엄청났다. 기자도 어린 시절 포켓몬빵을 먹고 자랐고 SPC와 연관이 깊은 만큼 기업에 관한 관심이 많았기에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1945년 ‘상미당’을 시작으로 거의 80년을 쌓아온 공든 탑이 최근 1년 간 사건과 사고가 무더기로 터지면서 휘청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SPC의 계열사인 SPL 제빵 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배합기에 몸이 끼이는 사고로 숨지며 여론은 급격하게 악화되기 시작했다. 당시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3년간 1000억 원의 안전 경영 예산을 배정해 사고를 예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과 10개월 뒤인 지난 8월  SPC계열사인 성남 샤니 제빵공장에서 50대 노동자가 반죽 볼 리프트와 분할기 사이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그 외에도 손가락 끼임 등 크고 작은 사고들이 반복되며 SPC에 관한 대중의 인식은 급격하게 추락했다.

어떠한 현장이든 사고는 한순간에 일어날 수 있다. 직원이 많고 현장이 클수록 더 많은 사고에 노출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한번 일어난 사고가 반복된다면 이는 단순히 갑작스러운 사고만은 아닐 것이다. “예측할 수 없는 재앙은 없다” 미국 한 여행 보험사의 관리자였던 허버트 W. 하인리히는 1:29:300의 법칙을 주장하며 산업재해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1건의 사망사고가 일어나기까지 29건의 작은 재해가 발생했을 것이고, 운 좋게 재난은 피했지만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뻔한 사건이 300번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노·사 간에 서로 양보하고 주의해서 사고를 줄일 수 있다면 사고를 줄여가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원인 해결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근로 시간에 비해 빈약한 휴식 시간과, 과도한 생산량을 지적한 바 있다. 생산 라인의 구조상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고 있다면 해당 벨트에 배정된 인원은 벨트가 멈출 때 까지 쉴 수 없다는 것이다. 물량이 계속 쏟아지다 보니 마음이 급해지고 공정을 멈출 수 없어 사고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요즘 생산 공정에서는 사고를 줄이기 위해 50분 근무에 10분 휴식이나 55분 근무에 5분 휴식 등을 시행하는 것이 업계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쉬는 시간을 주지 않고 5분 동안 얼마를 더 생산하던 1건의 산업재해로 잃게 되는 비용과, 이미지 실추에 따른 손실에 견줄 수 없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SPC에 등을 돌린 배경 중 산업재해가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산업재해 만으로 소비자들이 단기간에 등을 돌린 것은 아니다. 우선 위생 문제가 있다. 지난 27일 한 인터넷 카페로부터 “유명한 바게트 생크림에 행주가 통째로”라는 제목의 사연이 올라왔다. SPC의 계열사인 파리바게뜨 원주 한 가맹점에서 생크림 용기에 매장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행주가 같이 담겨 포장되며 이를 조롱하는 글이 게시된 것이다. 이번 일로 SPC 그룹이 지난 5년간 128건의 식품위생 관련 문제가 적발됐다는 사실이 재조명 되며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다. SPC 그룹의 부적절한 대응도 논란이다. SPC 측은 행주가 나왔다고 제보한 A씨에게 생크림에서 행주가 나왔다는 사실을 어디에도 밝히지 않는 조건을 걸며 합의금 10만 원을 제시했다. A씨가 지병 문제 등의 이유로 합의를 미루자 사측은 50만 원까지 합의금을 올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식품을 만드는 회사에서 미연에 방지하려는 노력보다 사고 후에 소문이 퍼지지 않게 수습에만 급급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허영인 회장과 관련한 여론도 연일 악화되고 있다.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허 회장의 국감 증인 출석을 요청했지만 12일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는 이강섭 샤니 대표가 출석했고, 26일 진행된 환노위 종감에는 외국 출장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출석하지 않았다. 이에 환노위 일부 위원은 모욕감과 분노를 느낀다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허 회장을 청문회에 세우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황이다. 11월 허 회장의 청문회 출석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30일 오전에는 검찰이 ‘노조 탈퇴 강요 의혹’과 관련해 SPC그룹 본사와 허영인 회장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우리는 건실한 기업이 오래 쌓아온 공든 탑이 불과 며칠 만에 무너질 수 있을 만큼 정보가 빠르게 퍼지는 세상에 살고 있다. 빠른 정상화를 위해서는 사고가 터지고 난 후 수습보다 예방이, 회피보다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가, 매출을 올려주는 스티커보다 진심을 소비자에게 전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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