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후 인천에서는 아주 뜻 깊은 행사가 진행되었다.



한국 수영의 영웅 '마린보이' 박태환(24.인천시청)의 이름을 딴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수영 전용경기장 '문학박태환수영장' 개장식이 그것이다.



이 날 개장식에 참여한 박 선수는 연신 흐뭇한 미소를 띄우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고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어린 시절부터 꿈꿔 오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 감회가 새롭고 앞으로 전국체전도 이 경기장에서 열린다, 아시안게임에서 나의 이름이 걸린 수영장에서 멋진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란 말로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사실 그동안 박태환에게 '수영 영웅' 이라는 칭호가 어울리지 않는 시련의 시간들이 많았다.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비록 온 국민의 염원이었던 '금메달'은 획득하지 못했지만, 400m에서 '부정출발' 논란을 딛고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200m에서도 은메달을 기록하는 등 총 두 개의 은메달과 1500m 4위의 호성적을 기록하며 '수영 불모지' 대한민국의 희망답게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수영연맹 측에서는 박 선수에게 지급되어야 할 포상금(은메달 포상금 5000만원)에 대해서 다이빙 대표팀 전지훈련비로 대체 지급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런던 올림픽이 종료 되는 시점에서 '대한체육회'의 런던올림픽 폐막식 참석 종용을 거부하고 귀국한 것과 대회 직후 열린 마스터스 대회에 불참한 것을 두고 '괘씸죄'가 적용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문제가 쟁점화 되자 연맹측은 차기 이사회에서 이 문제를 '재논의' 하겠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여기에, 그 동안 박 선수를 후원해 오던 대기업들이 '전성기가 지난 선수'로 취급하며 '후원 중단'을 선언해, 해외 전지 훈련비를 마련하지 못해 사비를 들이거나 이행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후원사를 찾지 못한 박태환의 훈련여건은 열악해져만 갔고 급기야 2013 세계수영선수권 대회조차 불참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나마 인천시청 소속으로 계속된 훈련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고 EBS,이투스 등 유명 인터넷 동영상 강의에서 '삽자루 강사'로 유명한 우형철(46) SRJ기획 대표가 1년에 5억원씩 2년에 걸쳐 총 10억원의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 대기업들도 외면한 선수를 한 개인이 후원한 것이다.



당시 인터뷰를 통해 우 대표는 "재산이라곤, 집 한 채뿐인 나도 하는데.."라는 말을 남기며 씁쓸한 현실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금메달은커녕 세계대회와 올림픽 결선진출 조차 장담하지 못하던 한국 수영계에 故조오련 전 선수 이후 혜성처럼 나타나, 세계대회 우승과 금메달을 포함한 올림픽 메달을 따낸 보물 같은 전 국민적인 선수를 연맹의 안일한 태도와 단지 전성기가 지났다는 이유로 외면한 기업들로 인해 드러난 안타까운 단면이다.



박태환은 이미 '한물 간' 선수가 아닌 과거 '최고의 선수'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척박한 한국 수영의 풍토를 지표로써 삼아야 할 표본이다. 그런 의미에서 '박태환 수영장' 개관은 작지만 소중한 첫 걸음이다.



이제 '박태환 수영장'을 '수영 영웅'의 유산으로 발전시켜 '제2의 박태환'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야 말로 이제부터라도 실추된 수영영웅의 자존심을 회복시키는 길일 것이다.

(장재성 기자)

저작권자 © 내외경제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