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저=AFPBB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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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내외경제TV] 김효미 기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13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터키 금융위기가 1998년 아시아를 덮쳤던 외환위기와 유사하다고 경고했다.

또한 '21세기 술탄'으로 불리며 강력한 독재 정권을 수립한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체제하에서는 위기탈출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도 분석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터키 금융위기는 1998년 인도네시아, 태국, 아르헨티나에서 발생했던 위기를 재연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터키의 위기는 무지한 독재자가 (국가를) 운영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에르도안 대통령은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전혀 모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크루그먼 교수는 터키 경제 위기는 막대한 외화 부채에 기대 부풀려진 버블이 터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외국 대출기관이 한 국가를 매력적인 투자처로 인식하면, 엄청난 해외자본이 수년간에 걸쳐 유입된다"면서 "그러면 국가의 부채는 자국 화폐가 아닌 외국 화폐로 표시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떤 이유로든 해외 대출이 중단되는 일이 발생하면 그동안 쌓아온 외화부채가 경제를 죽음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고 들어간다"고 경고했다.

한 번 경제가 자신감을 잃으면 이는 자국 화폐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고, 외화부채를 갚기 힘들어질 것이고 이 현상이 실물경제에 위험이 발발하고 결국에는 자국 화폐 가치 추락을 부추겨, 빚을 갚기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빠진다는 얘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 미국인 목사 구금을 이유로 터키산 철강·알루미늄에 2배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터키 리라화 가치는 10일 동안 달러 대비 20% 넘게 급락했다.

1998년 아시아에 덮친 금융 위기 때도 급격한 화폐가치 하락은 외화부채를 눈덩이처럼 늘렸다.

월드뱅크에 따르면 1997년 인도네시아의 외화부채 비율은 국내총생산(GDP)의 65% 수준이었으나 화폐가치가 폭락하기 시작하자 1998년 168%까지 치솟았고 태국 역시 1996년 GDP 대비 외화부채는 55%정도였으나 1998년엔 96%까지 급등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터키의 현 상황이 아시아 금융위기가 발발하기 전인 1997년 상황과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터키의 외화부채는 총 4600억달러로 GDP의 55%에 해당하지만 리라화가 사상 최저치 수준으로 계속해서 하락하면서 외화부채 비율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

크루먼 교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패닉으로 인한 자본 유출을 막고, 일부 외화부채 상환을 거부하는 등 임시 자본통제를 통해 부채 비율 증가를 막아야한다"면서 "위기가 지나고 나면 지속 가능한 재정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성공적으로 위기를 극복한 예로 말레이시아와 한국을 꼽았다.

2002년 아르헨티나 역시 이 같은 방법으로 부채의 3분의 2가량을 수년에 걸쳐 성공적으로 상환했지만, 언제 정상적인 재정정책으로 돌아갈지 몰라 위기를 반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크루그먼 교수는 에르도안 대통령 체제하에선 이 같은 일이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런 위기는 매우 해결하기 어렵다"면서 "유연하고 책임감 있는 정부가 필요하고, 기술적으로 유능하고 부패 없는 정권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불행하게도 트럼프 대통령을 닮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터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소리"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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