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민 최병일변호사 (사진제공=법무법인 민)
▲법무법인 민 최병일변호사 (사진제공=법무법인 민)

[서울=내외경제TV] 임수빈 기자 =  동종업계의 영업비밀 침해분쟁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에도 국내 첨단 기술을 중국 업체로 빼돌리는 대가로 거액을 챙긴 한국인과 중국인들이 잇따라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중국인과 합작 업체를 설립해 이전 직장인 외국기업 한국법인의 기술을 유출한 혐의(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A씨를 구속한 바 있다. A씨가 유출한 실리콘 특수가공액 성분구성표, 공정 매뉴얼 등은 핵심 영업비밀로, 동종업계에 있는 사람이라면 이를 토대로 같은 제품을 바로 만들어낼 수 있는 정도.

또 다른 사례로 디스플레이용 기판유리 업계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2013년 7월 중국 경쟁업체로 이직하면서 생산설비 설계도면 등을 유출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B씨. 그는 한국 회사 퇴사 직전 도면 관리 시스템에 집중적으로 접속해 도면을 열람하고 관련 정보를 경쟁업체 기술부장에게 넘기고, 이직 후에는 공정품질 개선 보고서를 직접 작성하거나 자동화 설비 문제 해결 회의에 참석하는 등의 방식으로 기술을 유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더군다나 첨단 기술을 다뤘던 B씨는 영업비밀을 타사에서 활용하는 것이 계약으로 금지돼 있었으며, 경쟁업체로 이직한 사실을 숨기려고 가명으로 활동하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영업비밀을 취득ㆍ사용 또는 제3자에게 누설한 자에게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특히 해외 반출 시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사처분 형량이 배가 된다.

이렇듯 영업비밀 침해혐의는 사안에 따라 그 혐의를 부정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기도 한다. 그러나 필자가 겪어온 다수의 영업비밀 침해혐의는 비밀관리성과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다. 이는 통계적으로도 확인되는 부분이다.

특허청이 2010~2012년 영업비밀 관련 민사사건의 대법원 판결을 분석한 결과 영업비밀 관련 형사사건에서 혐의를 받은 기업 264곳 중 61곳(23.1%)은 비밀관리성 요건 불충족으로 무죄 판결이 결정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도 영업비밀 유출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느냐 마느냐가 비밀관리성에 따라 갈리는 경우가 많은 것.

영업비밀의 다른 요건인 경제적 유용성이나 비공지성은 웬만하면 인정받지만 비밀관리성은 '평소에 영업비밀이 새어나가지 않게 보안을 철저히 해야 영업비밀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원칙에 의해 요건 충족이 까다로운 요소다.

따라서 영업비밀 침해, 누설 등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사안에서 비밀관리성이라는 전제가 충족돼야 적절한 보상이 가능한 점을 염두에 두고 사안을 객관적이고 분석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또한 사전적으로 △영업비밀보호서약서 작성 △'대외비' '기밀사항' 등 비밀 표시 △영업비밀 관리책임자에게만 접근권한 부여 △관리등급ㆍ방화벽ㆍ암호 설정 등 관리조치 △보안관리규정 운영 등 기본적인 조치에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영업비밀은 기술상 정보뿐만 아니라 경영상의 정보까지 포함해 개인 또는 기업이 영업활동에서 경쟁상의 우위확보를 위하여 많은 비용과 인력 및 시간을 투입하여 개발ㆍ축적한 비밀 정보이다. 이러한 영업비밀을 영업비밀보호제도에 따라 법대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노력과 세심함도 필요함을 알아두자.

특히 다수의 영업비밀 침해분쟁은 사건 진행 상황과 증거자료, 해석에 따라 판이한 재판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변호사의 조력을 통해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펼치는 것도 필수적이다.

최병일 변호사는 10여 년 동안 경찰로서 형사사건 현장을 발로 뛴 경험을 바탕으로 삼성전자 법무 팀에서 기업을 둘러싼 영업비밀 분쟁, 기술 유출 사건을 다수 처리한 노하우로 현재 법무법인 민의 변호사로 활동하며 기업범죄 형사사건 해결, 그동안 다양한 유형의 영업비밀 침해 관련 사건을 다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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